신입 머리카락 만지며 "느낌 오냐"···성희롱 상사 벌금 200만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앙포토]

[중앙포토]

신입사원의 머리카락을 만지며 “여기도 느낌이 오냐”고 묻는 등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직장인 A(40)씨가 파기환송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1-1부(부장판사 성지호)는 A씨의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26일 이같이 선고했다.

앞서 1·2심 재판부는 A씨가 ‘위력’을 행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 5월 상고심에서 A씨의 행위를 추행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해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서부지법 재판부는 원심을 깨고 A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성폭력 치료 강의 40시간을 받으라고도 주문했다.

1·2심은 '위력' 인정 어렵다며 무죄  

중소기업 과장 A씨는 지난 2016년 10월부터 같은 해 11월까지 신입사원 B(26)씨를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사무실에서 “여기를 만져도 느낌이 오냐”며 B씨의 머리카락 끝부분을 잡고 비볐다. 또 손가락으로 B씨의 어깨를 두드린 뒤 돌아보면 혀로 입술을 핥았다. 자신의 컴퓨터로 음란물을 직접 보여주거나, 손으로 성행위를 암시하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B씨가 “하지 말라” “불쾌하다”고 했지만, 오히려 자기 일을 떠넘기거나 퇴근 직전 업무 지시를 내리며 야근을 시켰다.

1ㆍ2심 재판부는 A씨가 B씨의 상급자이기는 하지만 인사권 등으로 B씨에게 영향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과 평소에 서로 장난을 치며 위계질서가 강하지 않았던 점을 들어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의사에 명백히 반한 성희롱적 언동을 해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했다. 일반인 입장에서도 도덕적 비난을 넘어 추행 행위라고 평가할 만하다”라며 업무상 위력을 행사한 추행으로 볼 수 있다고 판결했다.

지난달 24일 열린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A씨에게 원심 구형과 같은 벌금 200만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A씨 변호인 측이 “A씨는 음란 영상을 보여준 적도, 성적인 발언을 한 적도 없다”며 “고소인의 언행이 사실이 아니거나 매우 과장됐고, 일방적인 주장을 토대로 추행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