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전 에디슨의 발명 특허, 전북 정읍에서 신기술로 빛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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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정읍시에 위치한 SK넥실리스 공장 전경. SK넥실리스

전북 정읍시에 위치한 SK넥실리스 공장 전경. SK넥실리스

소형 자동차 크기의 원통이 돌자 동박(銅箔)이 뽑혀 나왔다. 누에에서 실을 뽑은 장면이 연상됐다. 공장 내부 창고엔 이제 막 생산된 동박이 반짝였다.

동박 공장 증설나선 SK넥실리스 가보니

지난 22일 들른 전북 정읍시 SK넥실리스 공장에선 동박 생산이 한창이었다. 동박은 구리를 얇게 편 막으로 전기차 배터리와 전자 기판 등에 쓰이는 핵심 소재다.

전기차 배터리 등에 쓰이는 동박을 제조하는 과정. 동박은 머리카락 굵기보다 가늘다. SK넥실리스

전기차 배터리 등에 쓰이는 동박을 제조하는 과정. 동박은 머리카락 굵기보다 가늘다. SK넥실리스

이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동박의 두께는 대략 8㎛(마이크로미터, 1㎛는 1000분의 1㎜). PM-10이라 불리는 미세먼지의 지름이 10㎛이니 미세먼지보다 얇은 동박을 이 공장에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사람의 머리카락 굵기(보통 50~70㎛)와 비교하면 그 가늘기를 가늠할 수 있다.
이 회사 전상현 생산본부장은 “2017년 두께 5㎛ 동박을 생산했고 지난해부터는 4㎛ 동박을 세계 최초로 양산했다”며 “경쟁사와 비교해 5~8년 정도 앞선 기술력”이라고 말했다.

SK넥실리스는 지난해 6월 두께 4.5㎛, 폭 1.33m의 동박을 56.5㎞ 길이로 생산했고, 한국기록원은 이를 토대로 지난 20일 가장 길고 폭이 넓으며 얇은 동박 제조 기록 인증서를 발급했다. 동박의 두께에 집착하는 건 배터리 생산성 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배터리 제조사 입장에선 동박이 얇으면 얇을수록 가벼운 배터리를 만들 수 있다.

토머스 에디슨이 발명한 동박 제조 특허. 둥그런 드럼에 전기를 흘려보내 얇은 금속막을 만든다.

토머스 에디슨이 발명한 동박 제조 특허. 둥그런 드럼에 전기를 흘려보내 얇은 금속막을 만든다.

동박 제조 과정은 금속 도금 과정과 비슷했다. 우선 티타늄으로 만든 거대한 드럼에 황산에 구리를 녹인 황산구리 용액을 흘려보낸다. 용액이 담긴 드럼에 전기를 흘려보내면 얇은 구리 막이 생성된다. 이게 바로 동박이다. 동박과 같은 얇은 금속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방법은 약 100년 전 미국의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이 처음으로 고안했다. 에디슨은 1922년 금속 드럼을 활용해 동박을 만드는 과정에 대한 특허를 냈다.
전 본부장은 “공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동박 생산 원리는 에디슨의 그것과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요즘 한창 뜨고 있는 전기차의 핵심 기술이 100년 전 에디슨의 발명 특허에 기대고 있는 셈이다.

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동박은 SK이노베이션·LG화학 등 국내 배터리 제조사에 주로 공급한다. CATL·파나소닉 등 중국과 일본 배터리 제조사에도 수출한다. 전기차 산업이 급성장에 따라 동박 수요도 증가세다. SK넥실리스도 앞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는 동박 수요에 맞춰 정읍 공장 증설 공사를 진행 중이다.
김영태 SK넥실리스 대표는 “2400억원을 투자해 정읍 5·6공장을 짓고 있다”며 “5공장은 2021년 7월, 6공장은 2022년 1월 준공이 목표”라고 말했다. 5·6 공장이 준공되면 SK넥실리스의 동박 생산 능력은 연간 5.2만t으로 증가한다. 계획대로라면 정읍공장은 글로벌 수위권 동박 생산 공장이 된다.

SK넥실리스는 전북 정읍에 동박 생산 공장을 증설하는 중이다. 5공장 증설 현장의 모습. SK넥실리스

SK넥실리스는 전북 정읍에 동박 생산 공장을 증설하는 중이다. 5공장 증설 현장의 모습. SK넥실리스

한편 SK넥실리스는 해외 공장 용지도 마련하는 중이다. 현재 동남아시아와 유럽 등에서 공장 증설 후보지를 검토하는 중이다. 김 대표는 “글로벌 진출을 통해 세계적인 동박 제조사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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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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