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을 안 하더라. 정치 도전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한 국민의힘 법사위원이 23일 밝힌 ‘윤석열 국정감사’ 관전평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날 새벽까지 이어진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정치할 생각이 있느냐”는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퇴임 후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천천히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이목을 끈 건 이어진 답변이었다. ‘봉사’의 방법에 정치도 들어가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윤 총장은 “그건 뭐 지금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윤 총장의 답변에 국민의힘은 술렁였다. 추미애 법무부장관, 여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윤 총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야당이지만, 윤 총장의 정치 도전에 대해선 이날 신중한 목소리가 나왔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오전 국감대책회의를 마치고 취재진과 만나 “언론에서 (윤 총장의) 정치 가능성을 언급하는 건 순수성을 왜곡하는 결과”라고 했다.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라디오에서 “정치할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사람들이 정치하도록 (부추긴다)”이라고 했다. 다른 법사위원은 “윤 총장의 정치 도전은 너무 앞서나간 해석인 것 같다”며 “윤 총장이 (정치에 나서기보다) 정부ㆍ여당의 압박 속에 본인의 소임을 다하는 것이 야당 입장에선 더 좋은 그림 아니냐”고 했다.
잠재적인 야권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즉각 견제에 나섰다. 홍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우리를 그렇게 못살게 굴던 사람을 우파 대선 후보로 운운하는 건 배알도 없는 막장 코미디”라고 비판했다. 이어 추 장관, 윤 총장을 언급하며 “박근혜 탄핵과 문재인 정권 탄생 1, 2등 공신끼리의 영역 다툼”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반면 한 야당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야권에 윤 총장만큼 강력한 대선 주자 카드가 보이지 않는 게 현재 스코어”라며 “대선이 1년 반이나 남았는데, 퇴임 후 윤 총장의 행보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고 했다. 윤 총장의 임기는 내년 7월 24일까지고, 다음 대선은 반년 뒤인 2022년 3월 9일에 열린다.
윤 총장은 그간 청문회, 국정감사 등에서 여러 차례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박근혜 정부 출범 첫해인 2013년 10월 국정감사 당시 여주지청장이던 윤 총장은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로 화제를 모았다. 전날 국감에선 “총장은 장관 부하가 아니다” “중상모략은 제가 쓸 수 있는 가장 점잖은 단어” 등 거침없는 답변을 내놨다. 한 야당 관계자는 “정치인들과 부딪히는 무대에서 윤 총장이 연이어 부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윤 총장은 지난 6월 대선 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10% 이상 지지율을 기록하며 야권 주자 1위로 오르기도 했고, 이후 “조사 대상에서 제외해달라”는 뜻을 밝혔다. 최근 ‘다음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느냐’는 한국갤럽(13일~15일 유권자 1001명 대상,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홈페이지 참고) 조사에선 이재명(20%) 경기지사, 이낙연(17%) 민주당 대표 안철수(4%) 국민의당 대표에 이은 3%를 기록해 4위에 올랐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