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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현, 윤석열 국감 전날 또 폭로 "영장기각 청탁해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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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투자자들에게 1조원이 넘는 피해를 입힌 라임 사태의 몸통으로 지목된 김봉현(46·구속)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2차 입장문을 내놨다. 검찰을 상대로 영장 기각 청탁을 해 성공했고, 지난 연말 도주 과정에서 검찰의 도움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는 또 검사 3명에게 1000만원 상당의 술접대를 한 건 ‘확실한 사실’이고, 검찰 내에서 윤석열 총장을 조직 보호를 중시해 ‘백두산 호랑이’로 부른다고도 주장했다.

대검 국감 전날 2차 옥중 입장문 #김 “윤대진 형 관련 인사에 돈 전달” #윤대진 “이름 석자도 모른다” 부인 #일선 검사들 “허무맹랑, 의도 의심”

윤 총장이 등판하는 대검찰청 국정감사를 하루 앞두고 입장문을 내놓은 데 대해 의혹 제기의 효과가 극대화되길 노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 전 회장 측 변호인을 통해 21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자필 입장문은 A4용지 14쪽 분량이다. 김 전 회장이 지난 16일 5장짜리 입장문을 발표한 지 닷새 만에 다시 쓴 것이다. 그는 입장문에서 “수원여객 사건 당시 수원지검장에게 영장 발부 기각 청탁이 실제 이뤄졌다”며 “수원지검장 부탁으로 친형을 보호하고 있었다는 지인에게 5000만원을 전달했다”고 적었다. 김 전 회장은 라임자산운용에서 자금을 빌려 인수한 수원여객에서 241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수원지검장에게 영장 청탁을 한 결과 한동안 영장 발부가 안 된 게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 측은 이와 관련해 “당시 경찰 단계에서 영장 발부가 3번 제지됐고 4번째 청구했을 때 발부됐다”며 “당시 경찰들도 이상하다고 이야기했다”고 했다. 이와 관련, 당시 수원지검장이던 윤대진 사법연수원 부원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어느 누구에게도 청탁이나 로비를 받아 본 적이 없다”며 “당시 수원여객 사건과 관련해 김봉현 이름 석 자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김 전 회장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김 전 부회장은 또 검찰이 본인은 물론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의 도피를 도왔다는 주장도 했다. 그는 이종필 전 부사장과 5개월간의 도피 행각을 벌이다 지난 4월 23일 서울 성북구 인근의 한 빌라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입장문에서 “검찰 관계자들이 어떻게 수사 기관이 피해자를 추적하고 어떻게 휴대전화를 사용하는지 알려줬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검찰이 ‘일도(일단 도망가고)’ ‘이부(이번 부인하고)’ ‘삼빽(삼번 부인하고)’ 같은 듣도 보도 못한 용어를 썼다고 했다.

김 전 회장은 지난 입장문에서 주장했던 검사에게 술접대한 사실이 ‘확실한 사실’이라고 다시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은 이번 입장문에서 “A 변호사와 검사 3명 술접대는 확실한 사실이고 이들은 예전 대우조선해양 수사팀에서 함께 근무했던 동료들”이라고 적었다. 그는 이 사실을 법무부 감찰 조사에서도 진술했다고 한다.

일선 검사들은 김 전 회장의 주장이 “허무맹랑하다”고 비판했다. 특수수사 경험이 있는 지방의 한 검찰 간부는 "라임 사건의 본질은 대형 사기”라며 "피의자인 김봉현이 마치 의인처럼 포장되는 상황이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김봉현은 펀드라는 형식을 빌려 많은 국민에게 씻지 못할 피해를 줬다가 붙잡혀 궁지에 몰린 사람”이라며 "김봉현이 시점과 언론을 선택하면서 입장을 전하는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문희철·이가람·정유진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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