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슨앤존슨 3상 일시중단…NYT "백신 나와도 그저 그럴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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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애타게 기다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어두운 전망과 소식이 잇따라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12일(현지시간) 백신이 승인되더라도 "혼란과 혼동이 닥칠 것"이라고 보도했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존슨앤존슨은 이날 코로나19 백신의 3상 임상시험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참가자에게서 미상의 질병이 발병했다"는 이유에서다.

NYT "시험 따로 진행해 비교·선택 어려워" 

현재 전 세계에서 10여 개의 백신 후보 물질이 임상 3단계에 돌입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르면 올해 말 백신 공급을 기대하고 있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도 올 연말에 백신이 공급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NYT는 "미국인은 어떤 백신이 가장 좋은지 모른 채 몇 개의 '그저 그런 백신들(so-so vaccines)'을 두고 선택해야 할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존슨앤존슨이 개발 중인 코로나 백신 후보 물질. [AP=연합뉴스]

존슨앤존슨이 개발 중인 코로나 백신 후보 물질. [AP=연합뉴스]

신문은 그 이유에 대해 백신 임상시험 방식을 꼽았다. 현재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은 제약사마다 따로 진행하고 있다. 때문에 비교가 쉽지 않아 어떤 백신이 상대적으로 우수한지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 전염병 연구소 소장 등 일부 전문가는 여러 백신을 한꺼번에 시험하며 서로 비교하는 '메가 테스트'를 주장했었다. 하지만 제약사별 백신 개발 상식이 노출될 수 있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제약사별로 임상시험을 진행하되 절차를 정부지침에 따르고, 관련 데이터를 보건 당국에 공유하기로 했다.

NYT는 또 임상시험에서 나타난 효과와 실제 접종에서의 효과가 불일치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신문은 "지금까지의 다른 통계적 연구들과 마찬가지로 임상시험에도 오차범위가 있기 때문에 시험에서 50% 효과를 보인 백신이 실제로는 그보다 더 효과가 있거나 효과가 덜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NYT는 한 제약사의 백신이 사용 승인을 받을 경우 이 백신을 맞기 위해 다른 백신의 임상시험 참가자들이 시험을 이탈할 가능성도 우려했다. 더욱이 코로나19 백신은 감염병이 유행한 지 1년 남짓 뒤 접종된다는 점에서 부작용이 보고되면 전면 회수될 가능성도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미국 메이요 클리닉 백신연구그룹의 그레고리 폴랜드 박사는 "백신을 두고 빚어지는 혼돈을 잠재우려면 과학자들이 (백신) 임상시험 방법을 있는 그대로 공개하고 접종 뒤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일반인이 알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스트라제네카 이어 존슨앤존슨 3상서도 문제 생겨 

존슨앤존슨은 자회사인 얀센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후보 물질에 대해 최종 임상시험인 3상을 진행하고 있었다. 3상에는 6만 명이 참여했다. 하지만 12일 존슨앤존슨은 "임상시험 참가자 한 명에게서 미상의 질병이 발병했다"면서 시험을 일시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어떤 부작용이 발견됐고, 시험을 얼마 동안 중단할지는 알리지 않았다.

존슨앤존슨은 코로나 백신 3상 임상시험에서 한 참가자에게 미상의 질병이 나타나 시험을 일시 중단했다. [AFP=연합뉴스]

존슨앤존슨은 코로나 백신 3상 임상시험에서 한 참가자에게 미상의 질병이 나타나 시험을 일시 중단했다. [AFP=연합뉴스]

그러면서도 존슨앤존슨은 "개발 중인 약물의 예상치 않은 중대한 이상 반응은 임상시험에서 드문 일은 아니다"면서 임상 중단이 임상 보류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존슨앤존슨의 백신은 8월 미국 정부에 이어 유럽연합(EU)과 공급 계약을 맺은 정도로 시판이 유력한 후보 물질로 기대를 모아왔다.

앞서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영국 옥스퍼드대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도 접종자 중 한 명에게서 부작용이 나타나 시험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 [로이터=연합뉴스]

한편 러시아가 자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는 이르면 이달 말부터 러시아 내에서 접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13일 타스통신에 따르면 백신 개발을 지원한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 국부펀드 직접투자펀드(RDIF) 대표는 "이달 말에서 11월 초 러시아에서 코로나19 백신이 출시될 수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 8월 가말레야 연구소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를 세계 최초로 승인했지만, 약품 개발에서 통상 거치는 최종 3상 시험을 생략해 안전성 논란에 휩싸였다. 러시아는 승인을 먼저 한 이후에 3상 시험을 시작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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