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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북한, 조성길 가족 보호해야 할 의무 있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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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6호 08면

조성길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가운데)가 작년 3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한 문화 행사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조성길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가운데)가 작년 3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한 문화 행사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유엔이 조성길 전 주이탈리아 북한 대사대리의 한국 정착 보도 관련해 북한 당국이 북한에 남아 있는 조 전 대사대리의 가족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탈리아에서 북한으로 송환된 것으로 알려진 조 전 대사대리의 미성년 딸에 대한 북한 당국의 보복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탈리아서 송환된 미성년 딸 #북서 보복해 희생될까 우려

마르타허타도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CHAR) 대변인은 8일(현지시간) 조 전 대사대리의한국행에 대한 자유아시아방송(RFA)의 질의에 “탈북자 가족이 보복당하지 않게 하는 데 북한 당국의 절대적인 의무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허타도 대변인은 이어 “탈북자를 수용한 한국 역시 탈북자의 권리를 옹호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조 전 대사대리의 탈북 경로 및 한국 거주 상황 등에 대해 구체적인 국내 보도가 이어지면서 자칫 조 전 대사대리의 신변에 위협이 될까 우려한 것이다.

실제로 조 전 대리대사의 한국행 소식이 알려진 뒤 해외 주요 언론들도 북한에 남아 있는 조 전 대사대리 가족의 신변을 우려하고 나섰다. CNN방송은 탈북자들의 증언을 인용해 “북한에 남아 있는 탈북자 가족은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지거나 선전용 도구로 이용될 수 있다”고 전했다. 영국 공영 BBC방송도 “북한으로 송환된 것으로 추정되는 조 전 대사대리의 미성년자 딸이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허타도 대변인은 이에 대해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언론에 보도된 정보 외에 이 사건과 관련해 다른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다”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그런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조 전 대사대리 부인의 북송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8일 국정감사장에서 송환 문제를 공론화하면서다. 윤 의원은 이 과정에서 2016년 집단 탈북한 북한 식당 종업원들의 송환도 함께 거론했다. 하지만 이미 대한민국 국민이 된 이들을 북송할 법적 근거가 없는 데다 자칫 국제법적인 문제까지 불거질 소지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윤 의원은 이날 국회 외통위 국감에서 이인영 통일부 장관을 상대로 “언론 보도에 의하면 조 전 대사대리 부인은 북한에 돌아가고 싶다는 요구를 하고 있는데, 이런 부분은 더 이상 덮어둘 게 아니라 입장을 정리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며 이 장관의 견해를 물었다. 이에 이 장관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어떤 판단을 내려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 문제는 장관 개인의 정치적 소신으로만 풀 수 있는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일정한 공론을 형성해 주신다면 저희도 판단을 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정부 고위 관계자는 “7~8개월 유럽을 떠돌며 고생하다 스스로 한국 대사관으로 걸어 들어온 조 전 대사대리 부부는 소정의 절차를 걸쳐 이젠 정식으로 대한민국 국민이 된 상황”이라며 “신변 위협 가능성과 딸이 북한에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해 그동안 신상 정보를 보호해온 것”이라고 말했다. 조 전 대사대리 부부는 2018년 11월 초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잠적한 뒤 지난해 7월 한국으로 왔다. 이탈리아에 남아 있던 미성년 딸은 2018년 11월 중순 북한으로 돌아갔다고 이탈리아 외교부가 지난해 2월 확인한 바 있다.

정효식·김다영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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