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경력법관 셋중 한명은 5대 로펌서 온다...김앤장 압도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종로구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모습. 경력법관 중 로펌 출신에선 김앤장 출신이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다. [뉴스1]

서울 종로구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모습. 경력법관 중 로펌 출신에선 김앤장 출신이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다. [뉴스1]

2013년 법조 경력자를 법관으로 뽑는 법조일원화가 도입된 이후 2019년까지 특정 사무만을 전담하는 전담법관과 법무관 출신을 제외한 외부 출신 경력법관 328명 중 32.6%(107명)가 5대 대형 로펌(김앤장·광장·태평양·율촌·세종) 출신인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 "후관예우 근절 노력" 법조계 "후관예우 우려"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이 대법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그중 가장 압도적인 곳은 김앤장 법률사무소다. 경력 법관 중 13.1%인 43명이 이곳 출신이다. 경력법관 출신을 10대 대형 로펌으로 넓힐 경우 그 비율은 46.3%(152명)로 늘어난다.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조수진 의원은 "대형로펌 출신들이 판사로 임용되며 후관예우라는 새로운 사법불신 현상이 생겨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후관예우는 법조일원화가 도입된 뒤 전관예우를 빗대어 만들어진 법조계의 신조어다.

경력 법관 출신 분석.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경력 법관 출신 분석.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대형로펌 쏠림에 '후관예우' 논란 

대법원이 조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5대 로펌 출신 경력 법관은 김앤장(43명), 세종(20명), 광장(18명), 율촌(14명), 태평양(12명) 순이었다. 10대 로펌 기준으론 김앤장 다음으로 법무법인 바른(22명)이 경력 법관을 가장 많이 배출했다.

검찰 출신은 2019년 기준 19명이었다. 검찰 출신 임용자는 2017년까지는 매년 1~2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8년 4명, 2019년 7명, 2020년엔 15명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김조원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아들 김서현 검사도 올해 법관 임용 시험에 합격했다.

법조계에선 이런 대형 로펌 출신 변호사들의 판사 쏠림 현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대형 로펌, 특히 김앤장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김앤장은 검경 수사권조정 이후 경찰 출신 변호사 영입에도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원이 대형 로펌 출신 판사를 임용할수록 법률시장에서 대형로펌의 지배력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법조계 내부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달 24일 제8차 사법행정자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달 24일 제8차 사법행정자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법원 "후관예우 우려 깊이 공감" 

대법원은 이런 후관예우 우려에 대한 조수진 의원실의 질의에 "후관예우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고 답했다. 법원은 내부 예규를 통해 경력 법관이 재직했던 로펌에서 수임한 사건은 해당 법관이 로펌 퇴직 이후 3년이 지나야 배당받도록 하고있다.

법관 인사 업무 경험이 있는 한 현직 판사는 "법조일원화의 취지가 사회 경험이 있는 법관을 뽑겠다는 것 아니냐"며 "법관을 뽑는 과정에서부터 법원은 객관적 검증 기준과 지원자들의 공적 의식을 세심히 살펴 임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서초동의 7년차 변호사는 "판사 지원을 고민하는 변호사들 사이에선 대법원이 대형 로펌 출신을 선호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차장 검사 출신 변호사도 "법원에 대한 기본적 신뢰는 있지만 특정 로펌의 쏠림 현상이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라 말했다.

대형 법무법인 매출액. 그래픽=신재민 기자

대형 법무법인 매출액. 그래픽=신재민 기자

법조일원화 고심 깊은 대법원  

대법원은 2013년 법조일원화가 도입된 이후 2013년~2017년까진 3년 이상 법조 경력자를, 2018년부턴 5년 이상 법조 경력자를 뽑고 있다. 2018년 이전까진 3년 경력자를 뽑을 수 있어 법무관 출신 판사들이 매년 50~60명에 달했다.

법조일원화 정책에 따르면 대법원은 2022년 부터는 7년 이상 경력자를, 2026년부턴 10년 이상 경력자 중에서 판사를 임용해야 한다. 하지만 이 기준을 적용할 경우 판사 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단 지적이 나온다. 최근 대법원에선 법조일원화 임용 기준의 수정 여부를 두고 전문가 의견 수렴에 나선 상황이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