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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희 구청장 이번엔 ‘청년기본소득 실험’…“2년간 매월 52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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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희 서초구청장. [사진 서초구]

조은희 서초구청장. [사진 서초구]

조은희 서울시 서초구청장이 ‘재산세 감면’ 단독 추진에 이어 ‘청년기본소득 실험’에 나섰다. 조 구청장은 이 정책을 발표하면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역점정책 중 하나인 경기도 청년기본소득을 비판하기도 했다.

2년 동안 만 24~29세 청년 1000명 대상 비교실험 #“이재명의 청년기본소득은 한계 있어” 주장도

서초구는 청년기본소득 본격 시행에 앞서 정책효과를 미리 확인하는 ‘청년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사회정책 실험’을 할 계획이라고 5일 밝혔다. 사전 효과분석으로 예산 낭비와 시행착오를 막겠다는 취지다. 사회정책 분야의 예비타당성 조사인 셈이다.

실험 내용은 이렇다. 우선 서초구청 홈페이지에서 모집한 1년 이상 서초구 거주 만 24~29세 청년 1000명을 조사집단(300명)과 비교집단(700명)으로 나눈다. 조사집단에는 2년 동안 매달 1인 가구 생계급여에 준하는 금액(2020년 기준 월 52만원)을 지급하고 비교집단에는 이를 지원하지 않는다.

2년 동안 이들을 대상으로 정기적 온라인 서베이와 심층면접을 해 구직활동, 건강과 식생활, 결혼과 출산 등을 조사해 청년기본소득이 청년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는 계획이다. 서초구는 “국내 최초로 기본소득 모니터링 앱을 개발해 변화 추이를 누구나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서초구는 기본소득 가운데 청년을 대상으로 한 이유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가장 불안정한 삶을 살면서도 맞춤 지원을 받지 못해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을 들었다.

첫 직장을 찾는 나이가 남성 26~28세, 여성 23~25세가 가장 많은 점을 고려해 실험 대상 연령대를 선정했다. 지급 액수는 경기도 청년기본소득 연간 100만원, 서울시 청년수당 6개월간 300만원보다 많다. 실험 기간은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 기간과 같은 수준으로 정했다.

서초구는 이 실험을 위해 지난 6월 한국대통령학연구소 기본소득센터에 연구용역을 의뢰했으며 9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기본 설계를 완성했다. 서초구의회에서는 지난달 18일 허은 의원(더불어민주당)‧최원준 의원(국민의힘)이 ‘서초구 청년기본조례일부개정 조례안’을 공동 발의해 지난달 23일 입법예고를 마쳤다.

실험 대상자 수가 많고 예산이 과다하다는 일부 지적에 따라 내용을 조정한 조례 개정안을 지난달 29일 의회에 제출했다. 조례안이 통과하면 내년 시행에 들어간다. 실험 예산은 연 22억원가량이다.

일자리박람회에 참석한 한 학생이 취업 게시판을 휴대전화로 찍고 있다. 연합뉴스

일자리박람회에 참석한 한 학생이 취업 게시판을 휴대전화로 찍고 있다. 연합뉴스

서초구는 이 정책과 경기도 청년기본소득을 비교해 설명했다. “경기도 청년기본소득은 매년 1500여억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대형 투자사업인데도 최고 결정권자의 지시만으로 실행된 셈이며 만 24세라는 특정연령만 대상으로 해 매우 제한적이고, 연 100만원의 소득지원은 실질적 변화를 끌어내기에 매우 불충분한 금액”이라는 것이 서초구의 주장이다.

또 “기본소득 지급 전 사전검증을 거치지 않았고 비교할 대조집단이 없어 실증적으로 정책효과를 입증하기에 한계가 있다”고도 했다. 조 구청장은 앞서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지역화폐 논란을 얘기하며 “‘이재명식 독재’를 우려하는 사람도 많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조 구청장은 “주먹구구식이 아니라 과학적 검증에 기반을 둔 지속가능한 청년기본소득 정책을 마련해 실효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며 “다른 지자체나 시민사회단체도 실험에 동참해 효과나 부작용을 함께 검증함으로써 사회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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