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코로나 집콕족 부글부글…"추캉스 인증샷에 인스타도 끊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추석 때 놀러 간 사람들이 괜히 얄밉더라고요. 보기 싫어 인스타그램도 끊었어요.”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기 위해 '집콕' 한가위를 보낸 직장인 박모(30)씨 얘기다. 박씨는 “외출을 줄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을 막는 데 도움될 거라 생각했다. 장 볼 때 빼고 외출 약속을 잡지 않아 직장 동료나 친구와 거리가 멀어지기까지 했다”며 “나와 달리 주변에서 거리두기 이전과 다를 바 없이 활동하는 사람이 많아 허탈했다”고 털어놨다.

추석연휴를 사흘 앞둔 지난달 27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이 이른 귀성객과 여행객으로 붐비고 있다. 뉴스1

추석연휴를 사흘 앞둔 지난달 27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이 이른 귀성객과 여행객으로 붐비고 있다. 뉴스1

추캉스 인증샷에 집콕족 “허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사회적 거리두기와 거리가 먼 ‘추캉스(추석+바캉스) 인증샷’이 속속 올라오자 방역 당국 지침에 따라 집에 머물던 시민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명절 후 코로나 19 재유행 여부에 촉각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추캉스 사진을 퍼뜨리는 행동이 이기적이란 반응이다.

정부 방침에 따르면 추석 때 귀성은 물론 여행도 자제했어야 맞다. 하지만 지침을 철저히 지킨 경우가 많지 않아 ‘집콕’한 시민과 대비됐다. 실제로 추석 연휴 기간 SNS에는 '#눈치게임실패' 등 해시태그를 달아 가족ㆍ친구와 함께 놀이공원, 여행지에 놀러 간 사진이 다수 올라왔다. 눈치게임은 차례대로 숫자를 외치되, 다른 사람과 동시에 같은 숫자를 외치면 걸리는 식이다. 눈치게임 규칙처럼 사람이 몰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나갔더니 예상외로 사람이 몰린 상황을 재치있게 풍자했다.

5일 인스타그램에 '#눈치게임실패'를 검색해 나온 게시물. [인스타그램 캡쳐]

5일 인스타그램에 '#눈치게임실패'를 검색해 나온 게시물. [인스타그램 캡쳐]

학원 갈 때를 빼고는 집에 있었다는 취업준비생 이모(28)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추석을 해외에서 보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집에서 보냈다. 그런데 추석 때 놀이공원 같은 장소에 사람이 몰렸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만 바보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추캉스족 때문에 일상이 무너질까 봐 우려하는 경우도 있었다. 대학생 이모(23)씨는 “친구 만나 놀고, 여행이나 한강·에버랜드 같은 야외 시설 가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그런데도 코로나가 터진 이후 집 앞 대형마트에 가서 먹을거리를 사거나 산책할 때 이외에는 나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만 조심하는 것 같아 허무하다”며 “다음 주 손꼽아 기다리던 대면 수업을 앞두고 있는데 코로나 확산으로 수업 일정이 취소될까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추석 연휴 마지막날인 4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3층 출발장에 관광객이 귀경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뉴시스

추석 연휴 마지막날인 4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3층 출발장에 관광객이 귀경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뉴시스

학원을 운영하는 장모(32)씨는 “추석 때도 집에만 있었는데 아이 다니는 유치원 엄마들 SNS 보니까 다들 부산·경주로 호캉스(호텔+바캉스)를 갔더라. 나만 또 집에 있었구나 싶어 억울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추석 지나고 코로나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돼 2주 동안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지 않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명확한 지침 줘야”

전문가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면 나만 손해’란 인식이 확산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원석 고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나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면 뭐하냐는 분위기가 퍼지면 순식간에 다 같이 무너질 수 있어 특히 위험하다”며 "정부가 '거리두기가 최우선'이란 대전제부터 더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이번 추석 연휴 때 정부가 귀성·여행을 자제하라고 했지만, 지방자치단체는 여행을 장려하는 등 방역 메시지에 '엇박자'가 났다"며 "단순히 ‘외출하지 말라’고 두루뭉술하게 말할 게 아니라 장소별 인원을 제한하는 등 세심한 지침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