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공기업이 가진 국내 태양광, 절반 이상이 중국산 셀 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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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이 직접 보유한 국내 태양광 설비 절반 이상이 중국산 셀(cell)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가 중국산 셀을 들여와 조립만 하는 국내업체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겉으론 국산 설비지만, 속은 중국산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공기업이 소유한 해외 태양광 발전소까지 합치면 중국산 셀 사용 비중은 70%가 넘어간다.

공기업 국내 태양광 60.6%가 외국산 '셀'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실은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한국수력원자력 등 발전 관련 8개 공기업이 보유한 국내 태양광 설비 60.6%가 외국산 셀을 사용하고 있다고 4일 밝혔다. 외국산 셀 중 97%는 중국산이었다.

공기업 소유의 해외 태양광 설비까지 합치면 외국산 셀 사용 비중은 83%로 늘어난다. 외국산 셀 중 69%가 중국산이다. 8개 공기업이 가진 태양광 발전소는 총 146개소(국내 136개소)로 사업비만 4조1063억원에 달한다.

저가 공세에 중국산 셀 사용↑

태양광 패널의 핵심인 '셀(cell)' 근접샷. 김정연 기자

태양광 패널의 핵심인 '셀(cell)' 근접샷. 김정연 기자

그동안 공기업 태양광 설비의 외국산 비중은 최종 완성품인 패널(모듈)을 기준으로 했다. 핵심 부품인 태양광 셀의 외국산 비율은 이번에 처음 확인했다. 태양전지를 뜻하는 태양광 셀은 햇빛을  전기에너지로 바꿔주는 핵심 부품이다. 여러 개의 셀을 조립해 태양광 패널(모듈)을 만든다.

최근 태양광 시장에서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자 중국산 셀을 들여와 조립만 해서 패널을 파는 ‘무늬만 국산’인 제품이 늘었다. 태양광 업체 관계자는 “태양광 패널 중 셀이 차지하는 원가 비중이 40~50% 정도”라며 “외국산 셀을 썼다면 국내 업체가 만들었어도 사실상 외국산”이라고 지적했다.

“공기업 외국산 셀 사용 여부 분류해야”

그러나 외국산 셀로 만든 태양광 설비라고 해도 국내 기업이 제작했다고 하면 국산으로 인정받고 있다. 한국에너지공단 관계자는 “셀을 어느 나라 제품으로 썼는지와 상관없이 패널(모듈) 조립을 국내 업체가 했다면 국내산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 이철규 의원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 이철규 의원실

이 때문에 공기업이 태양광 설비를 국내업체에서 사와도 중국산 셀을 쓰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실제 한수원은 지난해부터 자체 계약하는 태양광 설비는 모두 국내 제품만 쓰도록 규정까지 만들었지만, 외국산 셀 사용 비중이 44%에 달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태양광 사업을 입찰할 때 참가자격을 '태양광 패널(모듈) 제작 및 공급하는 국내업체'로 제한함으로서 국내산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면서도 “태양광 셀의 제조국까지 가려가며 계약하긴 힘들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태양광 산업을 육성하려면 완성품인 패널(모듈)은 물론 소재·부품에서도 국산 제품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국은 정부가 적극적인 재생에너지 투자와 육성을 주도했고, 이를 발판으로 중국 업체는 세계 시장 영향력을 확장했다. 지난해 중국 태양광 업체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패널은 80%, 폴리실리콘은 64%, 웨이퍼는 92%, 셀은 85%에 이른다.

국내 기업 중 셀까지 자체 생산하는 업체는 한화솔루션과 LG전자 정도로 그나마도 대기업 위주다. 이철규 의원은 “태양광 설비 국산화 기준을 강화하여 국내업체가 조립했더라도 외국산 셀을 사용했다면 외국제품으로 분류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정부가 태양광 산업을 육성하고자 한다면 국산 부품산업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지적했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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