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는 사라지지 않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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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의 부동의 '4번 타자' 박병호(34)를 당분간 그라운드에서 볼 수 없다.

박병호는 지난달 19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7회 상대 투수의 공에 왼쪽 손등을 맞고 교체됐다. 정밀 검진 결과 3주 진단을 받았지만, 회복세가 더디다. 손혁 키움 감독은 16일 "박병호는 아직 뼈가 붙지 않아 회복까지 한 달 정도 더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타격 훈련 등 경기에 복귀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사실상 남은 정규시즌을 뛸 수 없다.

키움 히어로즈 박병호. [연합뉴스]

키움 히어로즈 박병호. [연합뉴스]

박병호가 KBO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낸 지난 2012년 이후 100경기도 소화하지 못하는 건 올해가 처음이다. 올해는 기복도 심했다. 83경기에 나와 타율 0.229, 20홈런, 58타점을 기록했다. LG 트윈스에서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로 이적한 2011년 이래 가장 낮은 타율이다.

박병호는 지난 2016년 미국에 진출해 2시즌을 보내고, 2018년에 KBO리그에 복귀했다. 복귀 첫해 타율 0.345, 43홈런, 112타점을 기록해 '역시 박병호'란 찬사를 받았다. 2012년부터 4년 연속 홈런 1위에 오른 '수퍼스타'다웠다. 공인구 반발 계수를 낮춰 투고타저(투수력이 타격보다 우위)였던 지난해에는 33홈런으로 다시 홈런 1위를 탈환했다.

그러나 어느덧 30대 중반을 향해가면서 20대 때 같은 몸 상태는 아니었다. 박병호는 파워에선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었던 괴력의 사나이였다. 2018년 0.718로 장타율이 KBO리그에서 유일한 7할대였다. 그런데 지난해 0.560, 올해 0.469로 점점 떨어졌다.

올해는 83경기에서 삼진 102개를 당했다. 한 경기당 평균 1.2개 삼진을 기록했다. 지난해 평균 0.95개(122경기에서 삼진 117개)였던 것에 비해 다소 늘었다. 그만큼 동체 시력과 순발력이 떨어졌다는 뜻이다. 박병호는 "올 시즌에는 타격 타이밍이 잘 맞지 않아 애를 먹었다. 타석에서 정확성이 많이 떨어지면서 자신감도 떨어졌다"고 했다.

그렇지만 박병호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해도 팀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경기 전 훈련 때 동료들에게 배팅볼을 던져주거나 옆에서 조언해주고 있다. 손 감독은 "개막 전부터 '고참으로서 팀을 위해 많이 도와주겠다'고 했다. 시즌 중에 개인 성적이 안 좋을 때도 팀을 위해 더그아웃에서 후배들을 다독이는 등 노력을 많이 해줬다. 그런데 현재 못 뛰는 상황이니 본인이 제일 힘들고 아쉬울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비록 정규시즌에는 나오지 못하지만, 키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 박병호의 출전 가능성이 생긴다. 올해 정규시즌은 10월 18일까지인데 연기된 경기를 치르다 보면 10월 말에 끝나고, 포스트시즌은 11월까지 이어질 수 있다. 키움이 한국시리즈에 오른다면, 박병호의 해결사 본능도 꿈틀거릴 것이다. 아직 박병호의 올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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