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구미 취수원 11년 갈등 이번엔 해결 실마리 찾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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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21일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가 대구 달성군 매곡정수장을 찾아 권영진 대구시장 등과 함께 정수시설을 확인하고 있다. [뉴스1]

2017년 6월 21일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가 대구 달성군 매곡정수장을 찾아 권영진 대구시장 등과 함께 정수시설을 확인하고 있다. [뉴스1]

11년을 끌어온 대구 취수원 이전 갈등이 최근 해결 실마리를 찾는 분위기다. 현재 낙동강 대구 취수원보다 상류에 위치한 경북 구미 해평취수장을 함께 쓰는 방안에 무게가 실리면서다.

환경부가 ‘취수원 다변화’ 중재 #구미 해평취수장 공동이용 가닥 #대구·구미 시민단체 찬반 엇갈려

15일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 10일 권영진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장세용 경북 구미시장이 정부세종청사를 찾아 조명래 환경부 장관과 비공개 면담했다. 이 자리에선 최근 환경부가 발표한 ‘낙동강 유역 통합 물 관리 방안 연구용역’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앞서 지난달 5일 환경부는 대구 취수원 다변화 대안으로 ①구미 해평취수장+대구 매곡·문산정수장(초고도정수 처리) ②안동 임하댐+대구 매곡·문산정수장 ③대구 매곡·문산정수장 주변 강변여과수 개발+초고도정수 처리 등을 제시했다. 현재 대구시는 달성군 매곡리에서 식수를 취수해 매곡·문산정수장에서 정수하고 시민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환경부 장관과 만난 세 자치단체장은 환경부의 연구용역 취지에 적극 공감하며 이번 기회에 낙동강 먹는 물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고 한다. 사실상 첫 번째 대안으로 제시된 구미 해평취수장 공동이용 방침에 무게가 실렸다.

해평취수장 공동이용 방안은 대구에 필요한 생활용수 58만8000t 중 30만t을 해평취수장에서 공급하고 나머지 28만8000t은 기존 문산·매곡정수장을 활용하되 초고도정수 처리를 거치는 방안이다.

대구 취수원 이전 문제는 1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발암 의심물질인 1, 4-다이옥신이 구미국가산업단지에서 낙동강으로 유출됐다. 낙동강은 대구시민이 사용하는 수돗물의 67%인 53만t을 취수하는 곳이다. 대구 취수원은 구미산단으로부터 34㎞ 하류에 있다.

구미산단이 대구 취수원 상류에 있고, 폐수 유출도 일어났다는 사실에 불안해진 대구시는 구미 해평취수장을 새 취수원 이전 후보지로 꼽았다. 구미산단 상류의 낙동강 물을 식수로 쓰겠다는 취지였다. 그러자 구미시가 반발했다. 대구에서 물을 빼가면 해평취수장의 수량이 줄고 수질도 나빠질 수 있다는 이유였다. 그러면서 대구가 취수원을 옮길 게 아니라 낙동강 수질 개선 사업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맞서 갈등이 오랜 세월 이어졌다.

장기간 끌어온 취수원 갈등이 최근 해결될 조짐을 보이자 대구 지역 시민단체들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대구참여연대·대구의정참여센터·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등 3개 단체는 11일 공동성명을 통해 “페놀사건 이후 근 30년 만에 낙동강을 취수원으로 이용하는 시민들의 건강권을 위한 해결의 첫걸음으로 이해하며 환영한다”고 했다.

이들 단체는 “이번 합의로 인해 대구시민들은 더욱 안전한 수돗물을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며 신뢰도는 계속 상승할 것”이라며 “구미시민과 대구시민의 공존의 삶의 장을 함께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부 구미 지역 시민단체들의 반발도 나오고 있어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구미YMCA와 구미참여연대는 지난 11일 보도자료를 내고 “구미와 대구가 오염원 차단을 위한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도 부족한 마당에 취수원 이전과 관련된 섣부른 논의는 또다시 상·하류 유역민들의 물 분쟁만을 촉발시키며 낙동강 수질개선과 자연성 회복을 등한시하고 늦추기만 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낙동강 통합 물 관리 방안은 2000년 낙동강특별법 제정 당시 ‘낙동강 본류 수질개선에 최선을 다하자’는 합의의 연장선상에 있어야 한다”며 “폐수무방류시스템 도입을 통한 유해화학물질 원천 차단 등을 통해 현재의 수돗물 중심 관리에서 오폐수 중심의 관리로 낙동강 수질관리를 전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정석·김윤호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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