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슨 꺼내지도 말라" 김정은 만남 비교에 발끈한 트럼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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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우드워드의 신작 『격노(Rage)』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준 것이 "회담밖에 없다"며 김 위원장이 자신과의 만남을 "행복해 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2월 27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두 정상이 만나 악수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밥 우드워드의 신작 『격노(Rage)』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준 것이 "회담밖에 없다"며 김 위원장이 자신과의 만남을 "행복해 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2월 27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두 정상이 만나 악수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북미 정상회담은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과는 완전히 다른 성격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장의 신간 『격노(Rage)』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남을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우드워드는 먼저 "많은 외교 관계자들이 트럼프가 공식적인 서면 조건 없이 김정은을 만나기로 하면서 너무 많은 것을 줬다고 말한다"고 지적했다.
"정말 많은 권한을 줬느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준 것은 회담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저 좋은 사진들을 봐라. 그(김 위원장)는 좋은 시간을 보냈다. 웃고 있는 걸 봐라. 그는 행복해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자신과의 만남만으로도 만족했다는 이야기다.
우드워드는 이어서 김 위원장과의 회담을 닉슨의 중국 방문과 같은 종류로 볼 수 있겠냐고 물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정하며 "닉슨의 방중 이야기를 꺼내고 싶지도 않다"고 했다.

1972년 2월 21일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마오쩌둥 주석을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과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이 닉슨의 방중과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AP=연합뉴스]

1972년 2월 21일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마오쩌둥 주석을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과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이 닉슨의 방중과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AP=연합뉴스]

닉슨 대통령은 1972년 2월 중국을 방문해 마오쩌둥 주석과 역사적인 만남을 가졌다.
소련을 견제하기 위한 행보였지만, 냉랭했던 양국 관계가 풀리기 시작했고 중국이 국제적인 고립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중국이 이 나라(미국)에 끔찍한 짓을 해 왔다"며 "우리가 그들이 경제 강국이 될 수 있도록 허락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대선을 앞두고 중국과 대립각을 더 세우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자신의 외교 성과를 닉슨의 방중에 비교하고 싶지 않았겠지만, 동시에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어떤 방향으로 보고 있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우드워드와 인터뷰를 하고 있을 당시 하원에선 탄핵 절차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트럼프 대통령은 닉슨 대통령과의 비교를 더 꺼리는 모습이었다.
마침 '워터게이트 사건' 특종 보도로 닉슨 대통령을 물러나게 한 장본인도 우드워드 기자였다.
우드워드가 닉슨 대통령의 실수를 지적하며 지금 양극화된 미국의 문제에 관해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닉슨은 인기가 없는 사람이었다"고 답했다.
그와 달리 자신에게는 "엄청난 지지자들이 있다"며 "당신에게는 보이지 않을지 모르지만, 여론조사 결과를 보라"고도 강조했다.

밥 우드워드 신간 『격노(Rage)』입수 #트럼프 "김정은에게 준 것은 회담 뿐" #닉슨 이후 중국이 강대국 되도록 놔 둬 #닉슨 인기 없었지만 나에겐 지지자 많아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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