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20조" 뉴딜펀드 내년 연말 출시? 그땐 20대 대선 석달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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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가 나오려면 내년 연말은 돼야 하니까요.”

[현장에서]

3일 청와대와 정부가 대대적으로 발표한 ‘뉴딜펀드’ 관련 세세한 내용을 묻자 정부 관계자로부터 돌아온 말이다. 뉴딜펀드가 어디에 어떻게 투자하느냐는 질문에 똑 떨어지는 답을 갖고 있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면서다. 실제 정부·정책금융기관·민간이 공동으로 ‘정책형 뉴딜펀드’를 만들고 개인투자자용 상품을 출시하는 건 내년 연말, 즉 1년 3개월 뒤에나 가능하다는 얘기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다시 보도자료를 들여다보니 정책형 뉴딜펀드를 내놓을 시점이 ‘2021년’으로만 나와 있다. 정부 부처가 자료에서 구체적인 분기를 명시하지 않은 채 연도만 써놓았다면 통상 그해 연말쯤에나 하겠다는 의미다. 뉴딜펀드 수익률이 얼마나 될지, 어디서 가입할 수 있을지 따위를 궁금해하며 호들갑스럽게 기사 쓴 것이 허탈했다.

하긴, 여당이 뉴딜펀드 운을 뗀지 한달 여 만에 뚝딱 ‘5년 20조원’이란 거창한 계획을 발표한 것부터 이례적이다. 예상되는 투자처가 어디인지, 어떤 식으로 펀드구조를 짤지 등을 대강이라도 파악할 시간조차 없었다. 그래서 정치적 목적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지난달 초, 부동산가격 급등으로 여론이 악화되던 시기에 국면 전환용으로 활용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다.

정부가 계획하는 내년 연말이란 출시시점도 그리 적절치 않아 보인다. 20대 대선(2022년 3월)을 불과 석달 앞둔 시점이라서다.

한편으로는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뉴딜펀드가 선심성 퍼주기 상품이 될까봐 우려스럽다. 요즘 같은 저금리엔 세제혜택 주는 안정적인 금융상품이라면 연 2%대 중반의 금리만 제시해도 시중 자금이 대거 몰릴 만하다. 이미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손실은 정부와 정책금융기관이 먼저 떠안는다며 “사실상 원금보장 효과”라고 홍보까지 했으니 안정성은 보장된 셈이다. 정책자금의 손실을 감수하고 무리해서 상품을 설계하면 개인투자자에 고금리를 제시하는 건 가능하다. 어차피 손실은 수년 뒤에나 확인될 테니 말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대선까지 몇 달 만 반짝하고 마는 일회성 이벤트가 될 것도 걱정이다. 이미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펀드’나 박근혜 정부의 ‘통일펀드’가 정권이 끝나면 용두사미가 되는 것을 봐왔다. 정권 말에나 탄생할 뉴딜펀드의 수명은 과연 얼마나 될까. 내년 연말, 좋은 투자조건의 뉴딜펀드가 출시된다면 사라지기 전에 빨리 가입하는 게 답일지 모르겠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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