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뉴질랜드 외교관 성희롱 맞다, 일정 금액 배상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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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을 비롯한 상임위원들이 7월 30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전원위원회의실에서 제26차 상임위원회를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을 비롯한 상임위원들이 7월 30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전원위원회의실에서 제26차 상임위원회를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뉴질랜드 한국 대사관에서 불거진 외교관 A씨의 성비위와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가 2일 외교부에 “A씨의 행동은 성희롱이 맞다”고 통보했다. 외교부에도 재외공관의 성희롱 사건 처리 매뉴얼 등을 보완하라고 권고했다.

외교부엔 "재외공관 성희롱 조사 절차 개선" 권고

인권위는 외교부에 회신한 20여쪽 분량의 권고문을 통해 ▶2017년 말 A씨가 현지인 직원 B씨의 신체를 접촉한 것은 성희롱으로 볼 수 있으며, 이에 따라 B씨에 대해 일정 금액을 지급할 것 ▶외교부는 재외공관의 성희롱 조사 및 처리 매뉴얼이 없는 등 미흡한 부분을 시정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외교부는 사건 발생 직후 피해자와 가해자를 즉시 분리하는 등의 관련 조치가 미흡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인권위는 외교부가 A씨 사건을 현지 대사관과 본부 감사 등을 통해 조사하고, A씨에게 2018년 감봉 1개월의 징계 처분을 내리는 등 일련의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인권위는 또 A씨의 행동은 형법상 처벌 대상은 아닌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A씨에 대한 형사 고발보다는 피해자에게 금전적으로 배상하라는 취지로 권고했다.

외교부는 “사건 처리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인권위 결론을 근거로 A씨에 대한 추가 징계는 신중히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A씨와 피해자 B씨 사이에는 사인 간 중재 절차가 진행 중이다.

자유대한호국단 회원들이 이달 4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청사 앞에서 뉴질랜드 외교관 성추행 의혹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외교부의 대국민 사과와 뉴질랜드 정부의 송환요구에 응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자유대한호국단 회원들이 이달 4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청사 앞에서 뉴질랜드 외교관 성추행 의혹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외교부의 대국민 사과와 뉴질랜드 정부의 송환요구에 응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한편으로 청와대와 외교부는 A씨의 행동보다는 이 문제가 정상 간 통화에서 불거지고 외교 문제까지 비화한 게 더 문제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A씨에 대한 추가 징계나 형사 고발보다는 사인 간 분쟁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더 높은 상황이다.

현지 경찰 수사를 통해 A씨의 강력한 처벌을 원하고 있는 피해자 정서와는 다소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외교부는 뉴질랜드 정부와 경찰도 A씨에 대한 형사사법공조를 아직 요청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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