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중·중증 급증 심상찮아, 무증상·깜깜이 폭탄 터질지 모른다”

중앙일보

입력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 왼쪽)이 2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박혜경 중앙방역대책본부 총괄팀장의 얘기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 왼쪽)이 2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박혜경 중앙방역대책본부 총괄팀장의 얘기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신규 환자 감소 추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결코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

“폭발적인 급증 추세는 억제되고 있다. 이번 한 주가 2차 유행 확산 가르는 기로가 될 것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

2일 방역 당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나온 경고다.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전날보다 32명 늘어난 267명이다 . 지난달 27일 441명까지 급증한 뒤, 이틀간(28~29일) 300명대로 떨어졌다가, 나흘 연속 200명대를 유지했다. 신규 확진자는 확연한 감소 추세지만 전문가들은 방역 고삐를 더 세게 죌 때라고 강조한다.

위중ㆍ중증 급증….“빠른 검사가 답”

보수단체들이 지난달 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열린 8?15 대규모 집회에 참가한 가운데 집회를 마친후 경찰 저지선을 뚫고 사직로에서 청와대로 가는길로 몰려와 경찰들과 대치하고 있다. 뉴시스.

보수단체들이 지난달 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열린 8?15 대규모 집회에 참가한 가운데 집회를 마친후 경찰 저지선을 뚫고 사직로에서 청와대로 가는길로 몰려와 경찰들과 대치하고 있다. 뉴시스.

방역 당국은 우선 최근 위중ㆍ중증 환자의 급속한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 방대본은 이날 코로나19 위중ㆍ중증 환자가 124명으로 늘어 불과 2주 만에 10배 이상 급증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6일만 해도 위중ㆍ중증 환자는 42명이었다. 하지만 지난 1일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 100명을 넘어섰다. 지난 3월 신천지발 집단감염 당시에도 93명이 가장 많은 수치였다. 김 1총괄조정관은 “고연령 환자군이 늘면서 중증 환자가 2주 전보다 8배 이상 증가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코로나19 검사를 빨리 받고 신속하게 치료를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신우 경북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늦게 진단을 받은 이들이 하루 만에 급속도로 상태가 안 좋아져 인공호흡기를 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중증 환자가 많아지면 병상이나 의료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며 “아직 코로나19와 관련해 명확한 치료제가 없지만 어떤 시점에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 의료진 사이에서 노하우가 쌓이고 있다. 빠른 진단을 받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무증상 확진자 40%, 감염경로 불분명 24%

2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 광진구 자양동 혜민병원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병원 관계자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뉴스1

2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 광진구 자양동 혜민병원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병원 관계자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뉴스1

무증상자가 40%에 달하는 것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기준 코로나19 누적 환진자 1만 7945명 가운데 당시 증상 여부를 확인한 9756명 중 3856명(39%)이 무증상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 발표에서도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 625명 중 무증상자는 54.8%(342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무증상 감염 상태로 주변과 접촉하는 이들의 비율이 상당히 높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감염 경로가 밝혀지지 않은 환자의 비율이 24%에 달하는 것도 주의해서 봐야 할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자신이 확진된 줄 모르고 있다가 요양시설이나 학교, 종교단체 등에서 터지는 것”이라며 “작은 불씨가 큰불이 된다. 코로나를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은 갖고 있되 언제든 불씨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긴장감을 가지고 방역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방대본에 따르면 확진 판정 이후 일주일 또는 열흘 새에 위중ㆍ중증 사태에 빠지는 경향이 있다. 지난달 27일 400명 이상의 신규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만큼 이번 주 중 중환자 수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이에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K 방역의 우수성은 검사 건수를 높여 그물망을 넓게 치는 것”이라며 “지금보다 검사 건수를 높여야 하고 방역 대책도 머뭇거리지 말고 원칙대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