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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인사 후폭풍…한직으로 밀린 검사 잇단 ‘항명성 사직’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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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1호 12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의 모습. 검찰 중간 간부급 인사 후폭풍이 불고 있다. [뉴스1]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의 모습. 검찰 중간 간부급 인사 후폭풍이 불고 있다. [뉴스1]

27일 법무부가 단행한 검찰 중간간부 인사 이후 일부 검사들의 줄사표 움직임이 감지된다. 우선 검찰 내 손꼽히는 ‘특수통’ 검사인 박길배(사법연수원 29기) 수원지검 안산지청 차장검사가 사직서를 낸 것으로 28일 알려졌다. 전날 법무부가 발표한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한직으로 밀려난 데 대한 ‘항명성 사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 차장검사는 이번 인사에서 부산고검 검사로 발령받은 뒤, 사의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기수 중에서도 ‘선두그룹’으로 분류됐던 박 차장검사는 6조 원대 불법 대출, 3조 원대 분식회계 등이 적발되고 금품을 수수한 전·현직 공무원 등 42명이 구속된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수사했다.

유시민 사건 담당 검사 사의 표명 #추미애 아들 수사 라인서도 사표

특히 대검 중수부 연구관 시절, 당시 중수과장이었던 윤석열 검찰총장과 함께 손발을 맞추기도 했다. 이후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장과 수원지검 특수부장 등을 지내는 등 ‘특수통’ 경력을 이어갔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때 광우병 소 관련 내용을 보도한〈pd수첩〉수사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 사건은 대법원에서 무죄가 났다.

앞서 검찰 내부통신망인 이프로스에 “형사사법의 근간인 검찰 조직이 졸속 개편되면 안 된다”는 글을 썼던 김우석(31기) 전주지검 정읍지청장은 인사 직후 사의를 밝혔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알릴레오’에서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는 주장을 하며 고발한 사건을 수사한 이재승(30기)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장도 사의를 밝혔다.

울산지검 인권감독관으로 인사가 난 신승희(30기) 인천지검 형사2부장, 부산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울산지검 인권감독관으로 이동하는 김세한(31기) 수원지검 안양지청 형사2부장도 사의를 표했다.

법무부가 전날 인사안을 발표하기 전, 이미 7명의 검사가 사표를 내기도 했다. 동기들 내 ‘에이스’로 손꼽히는 이선욱(27기) 춘천지검 차장과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을 지낸 김영기(30기) 광주지검 형사3부장 등도 검사복을 벗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휴가 미복귀 의혹’을 수사한 김남우(28기) 서울동부지검 차장과 고(故) 노무현 대통령 관련 수사에 참여했던 이건령(31기) 대검찰청 공안수사지원과장 등도 사의를 밝혔다.

한편 이번 인사에서 ‘채널A 사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대거 영전한 반면 채널A 사건 수사와 기소에 반대 의견을 냈던 대검 형사부는 모두 해체해 지방으로 분산 배치했다. 수사팀장으로 한동훈 검사장과 몸싸움을 벌인 정진웅(사법연수원 29기) 형사1부장은 광주지검 차장검사로 승진했다. 전준철(31기) 반부패2부장은 반부패1부장으로 중앙지검 내부에서 영전 이동한다. 검찰 내부에서는 전 부장이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구속영장과 공소장 작성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구속영장 청구와 기소에 반대의견을 낸 대검 형사부는 초토화됐다. 박영진(31기) 대검 형사1과장은 울산지검 형사2부장으로 좌천됐다. 박 과장은 대검에 온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법무부에 박 과장의 유임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본인도 잔류를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봉숙(32기) 형사2과장은 대전지검 여조부장으로 지방에 배치됐다.

김수민·나운채·정유진 기자 kim.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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