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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파업 8일째, 신규환자 진료 중단, 수술 절반 이상 연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에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의 집단휴진이 셋째 날을 맞은 28일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관계자가 집단휴진 관련 홍보물을 내원객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에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의 집단휴진이 셋째 날을 맞은 28일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관계자가 집단휴진 관련 홍보물을 내원객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대병원이 31일부터 1주일간 내과 외래진료를 줄인다. 이 병원은 28일 오전 긴급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전공의(인턴·레지던트)와 전임의(펠로)의 진답휴진(파업)에 따라 부득이한 조치라는 게 병원 측의 설명이다. 내과 전공의·전임의는 135명이며 8일째 파업을 벌이고 있다. 그간 104명 내과 교수들이 빈자리를 메어왔다.

외래진료 줄인 서울대병원 

교수들은 입원환자 외 중환자·응급환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진료를 도맡았다. 야간 당직 근무를 서고 곧바로 환자 진료에 투입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고 한다. 결국 이날 오전 외래진료 축소를 결정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집단휴진(파업)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우선 1주일간 연기가 가능한 외래진료와 시술 등 진료를 축소하고 코로나19 환자 등의 진료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다음달 7일부터다. 서울대병원은 파업 상황이 계속된다면, 아예 외래진료를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28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 응급실 진료 지연을 알리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뉴스1

28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 응급실 진료 지연을 알리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뉴스1

전공의 파업률 68.8% 달해 

전공의와 전임의의 집단휴진이 8일째 접어들면서 진료 차질이 본격화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27일) 기준 전공·전임의 파업률은 각각 68.8%, 28.1%에 이른다. 외래진료 차질부터 수술실 가동률이 뚝 떨어졌다.

서울대병원과 함께 ‘빅5’로 꼽히는 신촌 세브란스병원도 마찬가지다. 신규환자 외래 진료는 사실상 중단됐다. 상당수 수술도 2~3주 뒤로 밀리고 있다. 강북삼성병원도 비상이다. 정규 수술 일정의 연기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지난 27일 190건의 수술일정 가운데 50%가량이 미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28일엔 연기율이 60%로 잠정 집계됐다.

부산서 40대 환자 사망해 논란 

심지어 전날 부산에서는 40대 약물중독 의심 환자가 제때 치료받지 못해 사망했다. 부산소방재난본부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 26일 오후 11시20분쯤 약물중독 의심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구급대원이 신속히 쓰러진 A씨에게 출동했지만, 부산·경남지역 대형병원으로 이송하지 못했다. 일부 병원이 인력 부족을 이유로 환자를 받지 않았다.

A씨는 이튿날(27일) 오전 1시쯤에서야 소방방재청을 통해 울산대병원 응급실을 안내받았다. 울산대엔 오전 2시10분쯤 도착했지만 이미 중태에 놓였다. 치료 도중 사망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28일 정례 브리핑에서 “현 상황이 코로나19 확산과 전공의 집단휴진이 맞물려 있다”며 “어떤 요인에 의한 것인지 좀 더 면밀한 실태조사를 통해 파악이 가능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윤 방역총괄반장은 “(다만) 응급실은 전공의 집단휴진과 관련돼 상당히 중요한 진료공간으로, 필수인력이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기본원칙이 있다”며 “이송이 지연되고 치료과정에서 사망한 사례가 발생한 부분에 대해 상당히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숙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이 28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민원실에 업무개시명령 위반 전공의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하고 있다. 뉴스1

김현숙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이 28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민원실에 업무개시명령 위반 전공의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하고 있다. 뉴스1

전공의 등 고발 초강수 둔 정부 

급기야 정부는 전공의 등 10명을 경찰에 고발하는 초강수를 뒀다. 업무개시 명령을 따르지 않은 혐의를 적용했다. 앞서 26일 보건복지부는 수도권 내 수련병원에서 근무하는 전공의·전문의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이후 정부는 고발하려다 의료계 원로와 간담회를 가진 뒤 보류했다. 하지만 28일 오전 10시30분 고발장을 접수했다.

17시간만에 강경 대응으로 돌아섰다. 김강립 복지부 차관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선택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밝혔다.

전임의·전공의, 어떻게 다른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전임의·전공의, 어떻게 다른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의료계, "자칫 의료대란으로 확전될 수도" 

뒤집힌 강경대응에 정부와 의료계 간 갈등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만일 업무에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전문의를 조사하려 체포영장 등을 발부하는 순간 교수들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며 “그때는 의료대란으로 확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전날 전공의들로부터 사직서를 받는 형태의 단체행동에 돌입했다. 전국 수련병원의 전임의들도 전날 성명서를 내고 “국민 건강과 국가 의료체계가 망가질 것이 불 보듯 뻔한 이번 정부의 정책 추진에 대해 강력히 반대하면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실제 빅5 병원 안에서의 사직이 잇따르고 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28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보건복지부의 업무개시명령 위반 전공의에 대한 고발과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28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보건복지부의 업무개시명령 위반 전공의에 대한 고발과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역으로 박능후 복지부 장관을 겨냥했다. 법리검토 후 직권남용 혐의로 박 장관을 고발하겠다고 맞섰다. 최 회장은 이날 전공의 피소 직후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공의를 이렇게 (형사고발 등) 겁박한다고 해 병원으로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며“이렇게 정치적 탄압, 가혹한 탄압을 하고 있는데 대단히 잘못 생각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종=김민욱 기자, 이태윤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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