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아베' 누가 돼도…靑·외교부 내부선 "큰 기대 안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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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8일 총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재임 7년8개월만에 지병인 궤양성대장염 재발로 사의를 공식 표명했다. 도쿄 교도=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8일 총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재임 7년8개월만에 지병인 궤양성대장염 재발로 사의를 공식 표명했다. 도쿄 교도=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8일 지병인 궤양성대장염 재발을 이유로 사임한다고 공식 발표한 데 대해 청와대와 외교부는 "아쉽다"며 "새 총리와 우호 협력관계 증진을 위해 계속 협력할 것"이라는 공식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포스트 아베가 누가 되더라도 큰 변화를 기대하진 않는다"라는 분석을 끝낸 것으로 전해졌다.

靑·외교부 "사임 아쉬워…새 총리·정부와 협력" #소식통 "총리 후보들 강제징용엔 차별화 안 돼" #"스가·기시다 보다 反아베 이시바가 가장 유연, #한국이 칼자루, 문희상안처럼 구체안 제시해야"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아베 총리 사임발표 직후 서면 논평을 내고 "아베 총리의 급작스러운 사임 발표를 아쉽게 생각한다”며 “일본 헌정사상 최장수 총리로서 여러 의미 있는 성과를 남겼고, 특히 오랫동안 한일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많은 역할을 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베 총리의 빠른 쾌유를 기원하며 우리 정부는 새로 선출될 일본 총리 및 새 내각과도 한일 간 우호 협력관계 증진을 위해 계속해서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도 공식 입장으로 “아베 총리의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 새로운 일본 총리 및 내각과도 한일 우호관계 증진을 위해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4일 한중일 정상회의를 위해 방문한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4일 한중일 정상회의를 위해 방문한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 소식통은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강경 보복을 주도한 아베 총리 퇴장으로 대화 여건이 나아질 여지는 있겠지만, 후임으로 거론될 인사들도 강제징용 문제는 차별화가 되지 않는다"라며 "혐한론이 일본 국내정치에 유용하기 때문에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도 활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연말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새 총리와 한일관계 개선 논의가 본격화될지에 관해선 "대화는 계속하고 있지만 (과거사 문제 해결에 관한) 진정성이 문제"라며 "포스트 아베 정부도 과거사 입장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게 내부 분석 결론"이라고 전했다.

외교부 역시 "누가 새 총리가 돼도 한일 간 쟁점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한일관계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일본에서 여야를 불문하고 '한국 대법원 판결이 한일관계 근간을 뒤엎은 중차대한 문제라는 시각은 일본 내부 컨센서스"라고도 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8일 전격 사임을 발표를 한 가운데 차기 총리 후보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고노 다로(河野太郞) 방위상,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외무상.[교도=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8일 전격 사임을 발표를 한 가운데 차기 총리 후보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고노 다로(河野太郞) 방위상,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외무상.[교도=연합뉴스]

범아베파의 지원을 받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정조회장,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고노 다로(河野太郞) 방위상이나 반(反)아베파 선두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 가운데 "강·온의 차이는 있더라도 과거사 핵심 쟁점엔 동일한 입장"이라고 분석하기 때문이다.

포스트 아베 일본 정권 출범을 한일관계 해빙의 계기로 만들 수 있느냐는 결국 우리 청와대에 달렸다는 분석도 나왔다.
신범철 한국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법원이 압류한 일본 제철 주식의 현금화가 진행되고, 그럴 경우 일본은 2차 보복을 예고한 상황에서 칼자루는 한국이 쥐고 있다"며 "한·일 양국 기업이 자발적 기부로 기금을 만들어 징용 피해자에 배상하는 문희상 전 국회의장 안처럼 일본이 수용할 여지를 주지 않는 한 냉각기는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 센터장은 "차기 총리 후보 가운데 아베 정부와 각을 세워온 이시바 전 간사장이 상대적으로 한국과 과거사 문제에 유연한 입장이지만 일본의 전후질서와 관련해 1965년 청구권협정으로 강제징용 배상 문제는 해결됐다는 입장은 모두 같다"고 하면서다.

문 대통령도 앞서 광복절 경축사에서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언제든 일본 정부와 마주 앉을 준비가 돼 있다"며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한다"며 " 피해자들이 동의할 수 있는 원만한 해결 방안을 일본 정부와 협의해 왔고, 지금도 협의의 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다"고 대화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일본 외무성은 "대화가 중요한 것이라면 구체적인 해결에 이를 수 있는 안을 보여달라"는 한국 정부안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정효식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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