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역설’ 손해보험사는 웃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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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올해 상반기 국내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경영실적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손보사는 반사이익을 누렸지만 생보사의 순이익은 소폭 감소했다.

바깥 활동 줄면서 차 사고도 줄어 #상반기 순익, 작년보다 15.5% 급증 #생보사, 영업적자 늘어 순익 -2.6%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생보사의 상반기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549억원) 줄어든 2조727억원으로 집계됐다. 생보사가 주식·채권 등 투자에서 얻은 이익(투자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8771억원 늘어난 13조2019억원이었다. 하지만 보험영업에선 대규모 적자(12조6586억원)를 기록했다. 보험영업 적자 폭은 1년 전보다 8325억원 불어났다. 변액보험의 보증준비금 전입액(1조7149억원)이 전년 동기(6722억원)보다 155% 증가한 영향이 컸다.

보험사 상반기 순이익 추이

보험사 상반기 순이익 추이

변액보험은 고객이 맡긴 보험료에서 설계사 수당 등 사업비를 뺀 금액을 펀드(주식·채권 등)에 투자하는 실적배당형 상품이다. 그런데 투자 수익률이 낮아도 보험사는 고객에게 일정 수준의 위험을 보장하기 위해 보증준비금이란 돈을 쌓아둔다. 지난해 상반기엔 주가가 올랐지만 올해 상반기는 주가가 하락했기 때문에 보증준비금 전입액이 크게 늘었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생보사의 매출액에 해당하는 수입보험료는 상반기 4조161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1조9159억원) 증가했다. 저축성 보험(9771억원 증가)과 퇴직연금(6885억원 증가) 취급액이 늘어난 결과다.

국내 손보사의 상반기 순이익은 1조7156억원으로 1년 전보다 15.5%(2306억원) 늘었다. 코로나19로 고객들이 바깥 활동을 자제하면서 자동차 운행과 사고가 줄어든 효과가 컸다. 상반기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4.3%로 전년 동기보다 3.2%포인트 낮아졌다. 고객이 자동차보험료로 1만원을 냈다면 이 중 8430원을 사고 보험금으로 지급했다는 뜻이다. 자동차보험에서 손보사들의 상반기 적자는 1254억원이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적자 폭이 2930억원 축소됐다.

손보사가 주식·채권 등 투자로 얻은 이익은 상반기에 4조4972억원이었다. 전년 동기보다 4.8%(2045억원) 증가했다. 손보사의 매출액에 해당하는 원수보험료는 상반기 47조8135억원으로 1년 전보다 6.5%(2조9223억원) 늘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7~8월 집중호우로 자동차·주택·농경지 등에 침수피해가 발생해 손보사 실적도 악화할 전망”이라며 “손보사의 투자이익도 크게 개선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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