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용인 물류센터 화재 원인…물탱크 전기 히터 전원 안 껐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21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제일리 한 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 소방관들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지난달 21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제일리 한 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 소방관들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경기도소방재난본부

13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도 용인 SLC 물류센터 화재는 허술하게 시설관리를 한 탓에 발생한 전형적인 인재(人災)로 드러났다.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물류센터 지하 4층에 있던 냉동창고 안 온열장치(물탱크)에서 불이 시작됐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식 결과가 나왔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은 물류센터 시설관리 업체 직원 A씨 등 8명에 대해 관련 혐의가 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감식 결과 불이 시작된 것으로 판단된 지하 4층 냉동창고 안 온열장치는 냉동창고에 일정한 온도(-30~-25도)를 유지하는 시설물로, 냉동창고의 각종 배관이 얼지 않도록 30도 정도의 따뜻한 물을 주기적으로 배관에 흘려보내는 역할을 한다.

관리 지침에 따르면 온열장치 물탱크에는 물을 데우는 전기 히터가 연결돼 있는데 물탱크가 비어 있을 때는 물탱크가 가열되지 않도록 전기 히터의 전원을 꺼야 한다.

그러나 시설관리 업체 소속 직원 A씨는 사고 당일 오전 9시로 예정된 물탱크 청소를 위해 오전 7시30분께 물을 빼고 물탱크를 비우는 과정에서 전기 히터의 전원을 끄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 인해 빈 물탱크에 열이 가해지면서 강화플라스틱 재질의 물탱크 겉면에 도포된 우레탄폼에 불이 붙었고 물탱크가 녹아내리면서 주변으로 불이 확산됐다.

경찰은 지난 7월 22일 국과수 등 7개 유관기관과 함께 진행한 합동감식에서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시설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화재를 일으킨 A씨 등을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또 이 중 책임이 큰 일부를 대상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국과수 감식 결과와 A씨 등의 진술이 전체적으로 일치해 화재 원인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며 “A씨는 물류센터에서 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업무에 익숙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1일 오전 8시29분께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제일리 소재 지상 4층·지하 5층 규모 SLC 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10분 뒤 대응 1단계로, 오전 9시10분께 대응 2단계로 격상됐고 불은 발생 2시간 만인 오전 10시30분께 초진됐다. 당시 물류센터에는 근로자 69명이 작업 중이었으며, 이 불로 5명이 숨지고 9명이 중경상을 당했다. 인명피해도 모두 지하 4층에서 발생했다.

불이 난 SLC 물류센터는 지하5층~지상4층으로 연면적 11만5000여㎡ 규모로, 2018년 12월 준공됐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