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단계 격상' 방지라더니…50일간 마스크 미착용 처벌 안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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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방지 등을 위해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선언하면서 마스크를 안 쓰는 시민들에 대해 어떤 제재를 가할지 주목된다. 서울시는 앞서 마스크 의무화를 시행한 다른 시·도처럼 오는 10월 12일까지는 처벌이 없는 ‘계도기간’을 거쳐 단속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과태료 부과의 근거가 되는 법적 처벌 근거가 오는 10월 13일에야 신설되는 것을 놓고는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과태료 조항, 10월 13일에야 신설 #전철·카페 마스크 미착용 부지기수

 서울시는 "24일 0시부터 서울 시내 전역 거주자와 방문자를 대상으로 실내외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전날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모든 음식물 섭취 시 등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실내 및 다중이 집합한 실외에서도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한다”며 “마스크 착용이야말로 생활방역의 기본”이라고 밝혔다. 앞서 대구·인천시와 경기·전북도 등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데 이어 이날 세종·원주시와 제주특별자치도 등 전국 13개 시·도가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

코로나19 확산에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가 전국으로 확대된 23일 오후 대전의 한 거리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이동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코로나19 확산에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가 전국으로 확대된 23일 오후 대전의 한 거리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이동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10월 12일까지 계도기간…마스크 미착용 ‘처벌 예외’ 

 서울시는 자치구와 함께 당분간 적극적으로 계도를 해 나가는 한편 오는 10월 13일부터는 1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행정처분인 과태료와 달리 형법상 형벌에 해당하는 벌금 부과는 유보적인 입장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시행되는 마스크 의무화가 어느 정도 지켜질 것이냐는 점이다. 지난 10일간 확진자가 하루 평균 120명이 넘는 상황에서 50여일간 ‘처벌 없는 의무화’가 어느 정도 실효성을 거둘지도 의문이지만, 처벌 규정이 미비하다는 게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관련 법인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에 따르면 감염병 유행에 따른 방역 조치(제47조)와 감염병의 예방조치(제49조)를 위반할 경우 최대 3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지만, 마스크 미착용은 예외 사항으로 규정됐다. 과태료를 규정한 제83조에도 처벌 조항이 미비하기는 마찬가지다. 다만 서울시는 관련법 83조 4항에 과태료 조항이 신설되는 10월 13일부터는 1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조치 중인 21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일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이용객들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조치 중인 21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일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이용객들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시민 협조 중”이라지만…“마스크 써달라” 요구에 위협도  

 서울시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시민이 이미 마스크 착용을 준수하고 있다고 봤다. 서 권한대행은 “지난 5월 13일부터 시행 중인 대중교통 탑승 시 마스크 착용 의무화도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안착한 바 있다”며 신뢰를 보였다. 벌금·과태료 관련 언급은 별도로 하지 않았다. 앞서 대구시는 장기간 계도기간을 두는 이유에 대해 “처벌이 목적이 아니라 마스크를 쓰는 문화 조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당국의 자율 방침에도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거나 미착용으로 인해 코로나에 감염되는 사례는 전국적으로 나오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마스크를 한쪽 귀에만 걸치고 있던 한 70대 남성이 서울 지하철 2호선에 탔다가 “마스크를 제대로 써달라”는 다른 승객의 요구에 욕설 등 위협을 가해 경찰에 입건되는 사례도 발생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전날 브리핑을 열고 “최근 확진자 31명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며 "감염 전파자도 감염된 상대방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호소했다. 방역당국은 이미 지난 6일부터 '카페 방역수칙'을 별도로 마련해 식음료를 먹을 때 외에는 마스크 착용을 당부했지만, 온라인을 중심으로 “(손님에게) 마스크 착용을 부탁하면 '없다'고 당당하게 얘기하거나 화내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는 카페 직원들의 하소연이 줄을 잇고 있다.

5월 이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5월 이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미착용 방치' 사업주는 처벌 가능성도 

 그러나 서울시는 10월 13일까지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박유미 서울시 방역통제관은 “10월 12일까지는 규정에 의해 마스크 미착용에 대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신속하게 지침을 만들어 자치구에 점검계획을 내리는 등 적극적으로 계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5일~24일(0시 기준) 열흘간 서울시 일평균 확진자는 121.9명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다만 300인 미만 학원과 면적 150㎡ 이상 일반 음식점 등 '다중이용시설' 사업주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이용객을 방치할 경우에는 처벌될 가능성이 있다. 서울시는 23일 발표한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에 따라 “다중이용시설이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 따른 방역 수칙을 한 번이라도 어길 경우 (기존 집합제한명령을) 2주간 집합금지명령으로 강화한다”며“즉시 고발·300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도 병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중 이용시설은 ▶워터파크 ▶종교시설 ▶실내 결혼식장 ▶영화관 ▶목욕탕 및 사우나 ▶공연장 ▶실내 체육시설 ▶멀티방 및 DVD방 ▶장례식장 등이다. 이들 이용시설이 준수해야 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방역 수칙은 ▶사업주·책임자가 전자출입명부 또는 수기명부를 관리하고 ▶마스크를 착용할 것 ▶이용자 간 거리를 1~2m로 유지하도록 하는 것 등이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5월 이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5월 이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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