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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가니 탈모·당뇨 왔다…목숨값 수백만원, 공포의 후유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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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지난 3월 대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인천으로 이송된 중증 환자가 한 달 동안 길병원 국가지정병상에서 입원 치료를 받은 끝에 24일 퇴원했다고 가천대 길병원이 밝혔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연합뉴스

지난 3월 대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인천으로 이송된 중증 환자가 한 달 동안 길병원 국가지정병상에서 입원 치료를 받은 끝에 24일 퇴원했다고 가천대 길병원이 밝혔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연합뉴스

지난 5월 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강모(60·여)씨는 20일가량 입원 치료를 받고 완치됐다. 그러나 코로나는 사라졌지만 당뇨병이 악화했다.

강씨는 19일 "코로나 감염 전에 당뇨기가 약간 있었지만 운동으로 조절해왔다"며 "코로나 치료 과정에서 스테로이드제를 많이 쓰면서 당뇨를 악화시켰다고 의료진이 설명했다"고 말했다.

동국대 일산병원 오상우(가정의학과) 교수는 "스테로이드제는 혈당을 높이기 때문에 당뇨 전단계였다면 당뇨병으로 진전될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강씨는 결국 6월 말 코로나 완치 판정을 받았지만 바로 퇴원하지 못하고 당뇨병 때문에 사흘 더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코로나 완치자라는 이유로 1인실을 써야 했고 병실료에 건강보험이 안돼 80만 원을 냈다.

이뿐아니다. 폐기능이 떨어져서인지 좀 걸으면 숨이 차서 호흡기내과에서 별도의 치료를 받고 있다. 코로나 치료기간 1인 음압병실에 오래 입원해 폐소공포증과 불면증도 생겼다.

명지병원 음압 격리병실에서 의료진이 병실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 명지병원]

명지병원 음압 격리병실에서 의료진이 병실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 명지병원]

그는 "퇴원하고 한 달 남짓 치료비만 150만 원 정도 들었다"며 "(코로나로) 거의 죽었다가 살아났다는 생각에 '목숨 값'이라 여긴다"고 말했다. 강씨는 "코로나가 완치돼도 끝나는 게 아닌 것 같다. 특히 나이가 많으면 여러 후유증이 생기는 것 같다"며 "치료비 부담에 짓눌리는 완치자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씨는 “어떤 지인은 코로나 완치 후 열이 계속 올라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치료비 수백만 원을 쓰고 있다”고 귀띔했다.

현재 코로나19에 확진되면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검사 및 치료비가 전액 무료다. 하지만 코로나 완치까지만이다. 완치 후부터는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이모(25)씨는 다른 20대 확진자와 달리 코로나19를 심하게 앓았다. 57일 입원 치료를 받았다. 이씨는 입원 3주차부터 탈모가 시작됐다. 이씨는 "6월 초 퇴원했는데 지금도 탈모로 병원을 다니고 있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로 입원해 있을 때는 사는 게 우선이었다. 탈모를 걱정할 상황이 아니었다"며 "그런데 완치 후에도 탈모가 계속되니 이젠 무섭다"고 털어놨다.

평소 숱이 많았던 그는 앞머리가 ㄷ자에서 이젠 M자 모양으로 변한 게 확연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탈모를 야기한 사례가 아직 보고된 게 없다. 이씨의 주치의도 코로나 스트레스 때문에 탈모가 생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비교적 경증을 앓는 20대 환자들은 코로나 극복 후 육체적인 후유증은 덜하지만 대인기피증, 우울감 등 정신적 후유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반면 60대 이상 고령층, 기저질환이 있을수록 완치 후에도 각종 합병증을 겪는 이들이 많다.

대구의 한 고령 환자는 고혈압·당뇨병 등의 여러 가지 노인성 질환을 앓던 코로나에 감염돼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상태가 악화해 인공호흡기를 달고 중환자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라져 완치자가 됐다. 다만 코로나로 인해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후유증이 생겼다. 하지만 코로나 음성 판정 전까지만 환자 부담이 없었고 그 이후는 법정 본인부담금을 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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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는 "완치자 중에서 당뇨나 폐렴이 새로 생기거나 심해져 계속 내원을 하는 환자가 우리 병원에도 두 명 있다"며 "코로나가 7개월째인데 1~2년 경과하면서 폐섬유화(폐가 딱딱해지면서 기능이 떨어지는 증세)같은 심각한 후유장애(후유증)도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경북대병원 음압 중환자실에서의 중증 환자 진료. [사진 대구광역시]

경북대병원 음압 중환자실에서의 중증 환자 진료. [사진 대구광역시]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도 "아직은 코로나 치료와 방역에 집중돼 있어 후유장애가 수면 위로 나오지 않았다"며 "국내 확진자가 1만 명을 훨씬 넘은 만큼 앞으로 후유장애 윤곽도 조금씩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중증일수록 약물 치료를 많이 하기 때문에 당뇨나 폐렴 등의 후유증이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코로나 완치자에게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완치 이후 후유증 치료에 든 법정본인부담금은 정부가 지원하기 어렵다"며 "코로나 치료 비용을 정부가 부담하는 이유는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다른 사람에게 옮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인데, 후유증은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5년 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감염병 사태 때도 완치 후에도 후유증을 겪는 환자가 적지 않았다. 메르스 74번 환자로 최장기 입원했던 70대 이모씨는 폐섬유화·심부전증 등 후유증으로 2년 넘게 치료를 받다가 결국 사망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2015년 메르스 당시 생존자 148명 중 63명의 정신건강 연구결과, 54%가 1년 후에도 한 가지 이상의 정신건강 문제를 겪었고 40%가량은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경험했다고 지난달 국제학술지에 발표했다.

지난 3월 8일 대구 경북 지역에서 구급차로 양천구 서남병원으로 이송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고령의 확진자가 의료진의 도움을 받으며 병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 8일 대구 경북 지역에서 구급차로 양천구 서남병원으로 이송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고령의 확진자가 의료진의 도움을 받으며 병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메르스 직후 완치자들은 정부와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도 잇따라 제기했다.

의료 전문인 방승환 변호사는 "메르스 때는 병원 내 감염이 주요 원인이 돼 사망하거나 후유장애가 생겼다"며 "감염병 방역 관리를 소홀히 한 병원과 정부의 잘못이 어느 정도 명백해 손해배상에 위자료를 요구하는 소송이 잇따랐다"고 떠올렸다.
그는 "하지만 코로나는 비교적 차질없이 대응했고, 또 재난으로 인식되는 측면이 있어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방 변호사는 "다만 코로나 환자가 1만 명 이상 대량 발생했고, 앞으로 후유장애 문제가 본격화되면 이에 대한 보상 요구 움직임도 생길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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