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보수단체 광화문 집회에 대해 “용서할 수 없는 행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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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1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재확산하는 상황에서 사랑제일교회 신도들이 전날 광화문 집회를 감행한 것을 두고 "국가방역시스템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자,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용서할 수 없는 행위"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재확산하는 상황에서 사랑제일교회 신도들이 전날 광화문 집회를 감행한 것을 두고 "국가방역시스템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자,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용서할 수 없는 행위"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사랑제일교회 교인 등이 광화문 집회를 강행한 데 대해 “국가방역시스템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자,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용서할 수 없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 급증과 관련해 이날 페이스북 등을 통해 발표한 메시지에서다.

문 대통령은 “격리조치가 필요한 사람들 다수가 거리 집회에 참여까지 함으로써 전국에서 온 집회 참석자들에게 코로나가 전파되었을 수도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온 국민이 오랫동안 애써온 상황에서 국민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대단히 비상식적 행태”라고 밝혔다.

전광훈 목사가 담임목사로 있는 사랑제일교회 등 일부 교회와 보수단체들은 서울시의 집회금지 명령에도 불구하고 광복절인 15일 서울 광화문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문 대통령 퇴진 등을 요구했다. 사랑제일교회에선 지난 12일 교인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계속 확진자가 늘어 16일 0시 기준으로 이 교회 관련 누적 확진자는 249명까지 늘었다. 청와대는 14일 “(집회 참가를 위해) 지방에서도 버스를 대절해 신도들이 올라올 것이라고 하기 때문에 코로나의 전국 재확산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지만, 전 목사는 집회를 강행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16일 오후 춘추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에 따른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사항에 대해 브리핑 하고 있다. [뉴스1]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16일 오후 춘추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에 따른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사항에 대해 브리핑 하고 있다. [뉴스1]

문 대통령은 “정부는 강제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매우 단호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해 나가지 않을 수 없다.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훼손하는 불법행위를 엄단함으로써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지키고 법치를 확고히 세워나가는 정부의 사명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진과 내각에게 범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 코로나19 확산 저지에 나설 것을 지시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날 오전 11시 노영민 비서실장 주재로 진행된 코로나19상황점검회의 결과를 보고받고서다. 문 대통령은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는 등 방역을 방해하는 일체의 위법행동에는 국민 안전 보호와 법치확립 차원에서 엄단하라고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메시지에서 “명백한 도전”, “비상식적인 행태”, “매우 단호하고 강력한 조치” 등 이례적으로 강경한 표현을 사용했다. 그만큼 이번 코로나19확산세가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과거 개신교회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늘어날 때 문 대통령은 교인들을 향해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해 줄 것을 간곡히 당부드린다”(지난 4월)라거나 “특별한 경계와 자제가 필요하다”(지난 6월)는 수준의 메시지를 냈다.

보수단체 집회 참가자들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8?15 국민대회 집회중 경찰이 세워놓은 바리게이트를 넘어 도로로 나오고 있다. [뉴시스]

보수단체 집회 참가자들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8?15 국민대회 집회중 경찰이 세워놓은 바리게이트를 넘어 도로로 나오고 있다. [뉴시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문 대통령 메시지와 관련해 “상황이 굉장히 엄중하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지금까지 일궈온 코로나19 방역이 세계적 모범 사례로 꼽혔고, 의료진과 국민이 이뤄놓은 성과도 있는데 일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이라는 엄중한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는 지난 3월 이후 처음으로 지난 13일 세자릿수로 늘어난 이후 15일 279명까지 늘었다. 특히 이번 확산은 인구가 많은 수도권 중심이어서 전문가들은 더 심각하게 보고 있다.

최근 지지율 하락 추세인 문 대통령이 국면 전환을 꾀했다는 정치적 분석도 나온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난 총선을 앞두고 정부의 코로나19 초기 대응이 ‘K방역’이라고 불리면서 호평을 받았고, 문 대통령 지지율도 올랐다. 최근 문 대통령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데, 강경한 대응을 통해 상황 반전을 노리는 측면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미래통합당 배준영 대변인은 “광화문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정부 실정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낸 것을 정부·여당은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면서도 “수도권에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의 방역을 위해 모든 국민은 정부의 방역 대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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