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반정부 시위 1주일, "혁명 러시아까지 퍼진다" 푸틴에 손 내민 벨라루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FP=연합뉴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FP=연합뉴스

동유럽 국가 벨라루스에서 반정부 시위가 1주일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벨라루스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시위 진압 지원을 요청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알렉산드르 루카셴코(65)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TV로 중계된 보좌관 회의에서 ”이번 시위는 벨라루스만의 위협이 아니다. 벨라루스가 버티지 못하면 (혁명의) 물결이 러시아까지 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시위의 배후에 폴란드나 영국 등이 있다고 재차 주장하기도 했다.

같은 날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과 루카셴코 대통령 사이의 통화 내용을 공개하며 ”양 정상은 발생한 모든 문제가 조만간 해결되리라는 자신감을 비쳤다“고 밝혔다.

벨라루스 최초의 민선 대통령인 루카셴코는 1994년부터 26년째 대통령직을 맡고 있다. 올해에는 6번째 연임에 도전하면서 야권 후보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37)와 맞붙었다. 야권은 승리를 예상했지만, 지난 9일 투표 결과 루카셴코 대통령이 80.08%의 득표율로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개표 직후부터 야권은 선거가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에서 야권의 후보 등록을 방해하거나 코로나19를 이유로 선거 감시단 수를 제한했다는 등 의혹을 제기했다. 수도 민스크 등 주요 도시에서는 야권 지지자 수만 명이 매일 모여 대선 불복 시위를 벌였고, 경찰이 이를 강경 진압하며 사상자가 속출했다.

15일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열린 반정부 집회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15일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열린 반정부 집회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티하놉스카야는 지난 10일 리투아니아로 망명했지만 대선 불복 시위는 계속 이어졌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날 민스크 도심에 모인 수만 명의 집회 참가자들은 국기나 꽃을 손에 든 채 대통령 퇴진과 정권 이양 등을 요구했다. 티하놉스카야의 이름도 수차례 연호했다. 집회 행렬을 지나가는 차들은 경적을 울리고 손을 흔들며 지지를 표했다. 인도 가까이 운전하며 집회 참가자들과 손뼉을 맞추는 택시 운전사도 있었다.

아나스타샤 이바노바(29)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솔직히 말하자면 난 한 번도 정치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다. 뉴스도 안 봤다. 민스크에 살면서 위험하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면서도 “하지만 지금 내 친구 중 3명이 (경찰한테) 두들겨 맞았다. 그건 참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같은 날 민스크 푸시킨스카야 역 인근에서 집회 참가 도중 사망한 알렉산더 타라이코프스키를 추도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같은 날 민스크 푸시킨스카야 역 인근에서 집회 참가 도중 사망한 알렉산더 타라이코프스키를 추도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민스크 교외 푸시킨스카야에서는 지난 10일 이번 시위에서 처음으로 사망한 민간인 알렉산더 타라이코프스키에게 애도를 표하기 위한 시민 수천 명이 모이기도 했다. 앞서 벨라루스 당국은 타라이코프스키가 경찰에게 폭발물을 던지려다 사망했다고 주장했지만, 집회 참가자들은 당일 촬영된 그의 사진 등을 근거로 그가 비무장 상태였다고 반박했다.

앞서 14일 루카셴코 대통령은 집회 참가자들이 외세의 ‘총알받이’로 쓰이고 있다며 더 이상 집회에 나오지 말라고 경고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사는 가디언에 ”(집회와 관련해 들어온 환자들이) 피멍으로 뒤덮여 있었고, 부츠와 몽둥이로 어느 곳을 맞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