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괄사표 주도 文에 부담" 노영민 잔류에 '초선 반란' 조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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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임현동 기자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임현동 기자

“비서실장 ‘깜’도 안되는 사람이 일을 망치고 있다.”(더불어민주당 수도권 중진)

“유임인지, 사후 교체인지 모르겠지만 남았으니 문제다.”(민주당 경기권 초선)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청와대 수석 5명이 교체된 상황에서도 자리를 지키자 여권에서 나온 말이다. 지난 7일 촉발된 청와대 핵심 참모진의 집단사표 사태는 노 실장과 김외숙 인사수석만 남은 채 마무리됐다. 여권에선 “청와대 2인자가 부동산 보유 논란을 일으키고도 남으니, 국민이 부동산 대책 진의(眞義)를 믿겠느냐”(호남권 의원), “일괄 사표를 주도해 대통령에게 부담만 줬다”(친문 관계자)는 말이 나왔다.

노 실장의 반포 사수-사표 제출 및 반려 과정에서 여권 지지율은 급락하고 있다. 14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11~13일 전국 1001명 대상)에서 문 대통령 국정 지지도는 39%로 취임 후 최저치였고 민주당 지지율은 전주보다 4%포인트 하락한 33%로 미래통합당(27%)과 6%포인트로 좁혀졌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노 실장에 대한 ‘책임론’이 다시 불거질 조짐을 보이자 당 지도부는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지도부 인사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노 실장 문제는 잠시 논란이 될 뿐이다. 일희일비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설훈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에서 ‘노 실장이 결국 재신임받고 유임되는 상황은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한두 달 지나면 정돈이 되고 부동산 3법이 가지고 있는 힘이 나타나면서 주택시장이 안정될 것”이라면서 질문을 에둘러 피해갔다.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의원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정안정 측면에서 많은 수석을 한꺼번에 교체했을 경우에 오는 부담감이 있을 거로 보였다"며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한 인사"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 국정 지지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문재인 대통령 국정 지지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하지만 민주당 176석 중 과반인 82석에 달하는 초선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 그간 부동산3법·임대차3법 등의 일방처리 과정에서 당 지도부 방침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찬성표를 던진 것에 대한 불만이 뒤늦게 분출되는 모양새다. 경기권 초선 의원은 “말 한 번 못하고 법안을 통과했다는 점에 회의감을 느낀다”고 했다. 서울 초선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이의제기를 못 한 것에 대한 무력감이 크다”고 했다.

지금까지 초선들은 공개 의견 표명을 삼갔다. 20대 국회 초선 소장파 모임이었던 ‘조금박해’(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와 같은 쓴소리를 찾기 힘들었다. 4·15총선 직후 이해찬 대표가 ‘열린우리당 교훈’을 설파한 것이 주효했다. 이 대표는 “열린우리당이 152석 과반을 했다. 그러나 우리는 승리에 취했고 과반 의석을 과신해 겸손하지 못했다”고 했었다. 열린우리당은 108명에 달한 초선 의원이 저마다 다른 소리를 내면서 난맥상을 겪었고 결과적으로 노무현 정권은 2007년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왼쪽 두 번째)가 지난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조정식 정책위의장(왼쪽 세 번째)이 발언하는 동안 천정을 바라보고 있다. 왼쪽 첫째는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 오종택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왼쪽 두 번째)가 지난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조정식 정책위의장(왼쪽 세 번째)이 발언하는 동안 천정을 바라보고 있다. 왼쪽 첫째는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 오종택 기자

최근 경기권 의원이 중심이 된 초선 그룹의 모임에선 당 지도부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이 자리에 참석한 초선 의원은 “초선들이 공개 입장표명을 통해 지도부 방향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고 했다. 수도권 초선 의원은 “과잉토론이 문제였던 열린우리당 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라며 “앞으로는 우리 목소리를 선명하게 낼 것”이라고 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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