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원우 진술 반박한 김용범 "靑서 유재수 사표받으란 말 안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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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 1심 재판. 14일 서울중앙지법(김미리 재판장)에서 속행된 공판에는 유재수 전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의 청와대 감찰 당시 금융위 부위원장을 맡았던 김용범 현 기재부 1차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재수, 서초동 가겠구나 했는데 민주당 가서 의아"

김 차관은 '유재수 사표'와 관련해 이날 새로운 증언을 했다. 요지는 "청와대에서 유 전 국장 감찰 문제로 사표를 받으라 요구하지 않았다"는 것. 김 차관은 오히려 유 전 국장이 청와대 감찰 때문이 아닌 '민주당의 수석전문위원으로 가기 위해 사표를 낸 것'이란 취지의 증언을 했다. 김 차관의 증언은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의 검찰 진술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김 차관에 따르면 백 전 비서관은 김 차관에게 사표 요구가 아닌 "유재수의 비위가 대부분 해소됐지만 일부 해소되지 않은 것도 있다. 인사에 참고하라"는 모호만 말을 전했다.

김용범 증인신문 中

검사(검)=2017년 12월 초순에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에게 (유재수 관련) 전화를 받으셨다구요?
김용범(김)=네 백 전 비서관에게 전화가 와서 '(유재수 관련) 대부분은 클리어됐는데 일부는 해소가 안됐다. 인사에 참고하라. 금융정책국장을 맡기는 계속 어렵겠다'고 했습니다.

(중략)
=피고인 백원우 주장은 '김용범 부위원장이 청와대 회의 때 (유재수에 대한) 청와대 입장이 무엇이냐'고 묻길래 '청와대는 사표 수리로 정했으면 좋겠다'는 것인데요.
=(사표 관련) 내용은 들은 바 없습니다.
='유재수 사표 수리했으면 좋겠다' 이런 말 들은 적 없다는 거죠?
=네 들은 바 없습니다.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 재판의 경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백원우·박형철 전 비서관이 모두 공범으로 기소된 상태

조국 전 장관 재판에 출석한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의 모습. [연합뉴스]

조국 전 장관 재판에 출석한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의 모습. [연합뉴스]

조국, 백원우 주장과 다른 김용범의 증언  

김 차관의 진술은 백 전 비서관의 진술은 물론 '감찰 이후 유재수 전 국장의 사표를 받는 것으로 정리했다'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주장과도 배치된다. 이에 공판 검사는 김 차관에게 다시 한번 유 전 국장의 사표에 대한 청와대 입장을 확인했다.

김 차관은 "청와대 민정에서 사표를 받으라는 조치 때문에 (유재수의) 사표를 받은 것이 아니라 유 전 국장이 민주당 금융위 수석전문위원으로 가기 위해선 공무원을 그만둬야 해 필요적 조치로 사표를 받은 것"이라 답했다. 아래는 증인신문 중 일부.

김용범 증인신문 中

검사=백원우 전 비서관의 주장은 증인에게 청와대 입장은 유재수 사표 수리로 정리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라 했는데요. 이 내용을 김 전 차관한테 말했다고 했습니다.

김용범=설명 드리겠습니다.  청와대에서 금융정책국장 직을 수행하긴 어렵다는 말을 듣고 유 전 국장 보직을 변경했습니다. 그 후에 유 전 국장이 민주당 금융위 담당 수석전문위원자리를 희망했고 백 전 비서관에게 물어보니 '이견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유 전 국장이 사표를 낸 것입니다. 민정에서 사표를 받으라는 명시적 조치에 따라서 받은게 아닙니다. (청와대의 사표 관련 입장은) 당시 민주당 사정으로 유 전 국장이 민주당 가는게 지연되던 상황에서 '왜 (유재수) 사표를 안받냐' 이런 것을 물어본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2019년 부산시 국정감사에서 유재수 당시 경제부시장이 조원진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2019년 부산시 국정감사에서 유재수 당시 경제부시장이 조원진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유재수 서초동 갈 줄 알았는데 민주당 가더라" 

김 차관은 "청와대가 사표를 요구했다면 유재수에게 먼저 이야기해 신속히 처리했을 것"이란 말도 했다. 백 전 비서관의 주장을 재차 부인한 것이다. 이어 유 전 국장 감찰과 관련해 "청와대에서 기초자료를 넘겨받지도 않았다"며 금융위 자체 추가 감찰도 어려웠다고 답했다.

김 차관은 유 전 국장이 감찰을 받은 이후 "해외국제기구 파견도 희망했었다"고 했다. 검사가 "감찰 이후에도 (유재수가) 사표를 내지 않고 금융위 다른 자리를 모색했던 것이냐"고 묻자 "네, 다음 자리에 대한 걱정이 있었겠죠"라고 답했다. 김 차관은 "유재수가 서초동(검찰)에 간다고 생각했는데 민주당에 간다 해서 의아했다"는 말도 했다.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의 모습. [연합뉴스]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의 모습. [연합뉴스]

김용범 "청와대에 쉽게 못 물어본다" 

유 전 국장의 사표와 관련한 김 차관의 진술은 이날 재판에서 모두 처음 공개됐다. 이를 두고 "청와대가 유 전 국장에 대한 감찰 이후 강도높은 징계를 요구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재판에선 김 차관이 지난해 검찰 조사 당시 '청와대에 유 전 국장의 비위 내용이나 추가 자료 등을 왜 물어보거나 요청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공직 생활을 33년 했고 차관직에 있지만 청와대는 쉽게 무엇을 물어보거나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최고의 사정감찰기관이기 때문에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없다"고 답한 사실도 공개됐다.

김 차관은 2019년 5월까지 금융위 부위원장을 맡았고, 현재 기재부 1차관이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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