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의 세계] 문화와 무화

중앙일보

입력

(Q)기수련에서 문화(文火)와 무화(武火)를 잘해야 한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며 어떻게 하는 것인지 알고 싶습니다. (강원도 강릉시 천기필)

(A)문화와 무화는 문식(文息)또는 무식(武息)이라고도 불립니다. 화(火)는 곧 식(息)을 뜻하며 호흡을 말하는 것입니다.

기수련의 핵심은 어떤 의미에서 문화와 무화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문화와 무화의 숨쉬기를 제대로 구사할 줄 알면 기수련은 거의 완성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흔히 문화는 약한 숨쉬기, 무화는 강한 숨쉬기로 풀이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말처럼 그렇게 단순하게 이해해서는 안됩니다. 오늘날 기수련하는 이들이 부닥치고 있는 문제들은 이런 개념상의 혼란에서 연유하는 것입니다.

문화의 숨쉬기는 물론 약한 숨쉬기가 분명합니다. 그러나 약한 숨쉬기가 곧 문화는 아닙니다. 문화는 숨쉬기 자체를 잊는 경지의 숨쉬기를 말합니다. 약하고 가늘게 숨을 쉬면서 마음이 숨쉬는 것을 의식하지 않는 것이 곧 문화입니다.

이에 반해 마음이 숨을 의식하는 숨쉬기를 무화라고 말합니다. 의식이 집중되는 숨쉬기는 곧 강한 호흡이고 무화입니다.

문화와 무화는 수련단계에 따라 쓰임을 달리합니다. 식물의 싹이 돋아날 때 강한 햇볕을 쪼이면 고사(枯死)하는 것처럼 수련 초기에 무화, 즉 강한 불기운의 숨쉬기를 하면 실패하기 쉽습니다.

다시 말해 초심자가 지나치게 강한 숨쉬기를 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때 반드시 필요한 것이 문화의 숨쉬기입니다. 이에 비해 무화는 수련단계의 진전이 이루어졌을 때 쓰이는 숨쉬기입니다. 숨기운을 단전에 모을 때는 무화가 필수적입니다.

문화는 한마디로 마음 비우기와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음을 비우는 숨쉬기는 기수련의 알파인 동시에 오메가입니다. 숨쉬기의 시작도 문화이지만 수련의 끝마침도 문화로 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문화는 온양(溫養)하는 숨쉬기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온양은 '뜸들이기' 를 뜻합니다.

문화로 뜸들이는 숨쉬기를 함으로써 수련이 마감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에 비해 무화는 철두철미 마음의 쓰임과 동행(同行)하는 것입니다. 마음으로 호흡을 느끼고 숨쉬기로 마음을 비춰보면서 기를 운행하는 것이 무화의 방법입니다.

문의 팩스 02-751-5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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