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다가오는 글로벌 아시아시대, 대기업이 선봉 역할 나서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박영렬 연세대 경영대 교수

박영렬 연세대 경영대 교수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 올 2분기 한국 기업의 경영 실적도 대부분 적자를 나타내고 있다. 결국 미래의 관건은 성장이다. 세계 경제의 미래 성장을 견인할 시장은 아시아 시장이다. 따라서 2030년 ‘글로벌 아시아시대’를 위한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세계 경제의 중심 아시아로 이동 #글로벌 대기업 나서 선제적 대비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도래로 선진 다국적기업들이 글로벌 리더십을 잃게 되면서 한국 대기업들이 예상보다 빨리 세계적인 기업으로 부상했다. 한국 기업의 ‘글로벌 리더십 1.0시대’가 시작됐던 것이다.

그러나 한국 기업의 글로벌 리더십은 2013년부터 ‘글로벌 춘추전국시대’가 시작되면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2013년부터 GE·도요타와 같은 선진 다국적기업의 귀환이 시작됐고, 중국·인도와 같은 신흥시장 기업들이 세계 경제의 새로운 도전자로 등장했다. 우리 기업은 글로벌 리더십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역부족이었다.

또한 2018년부터 글로벌 G2 시대가 시작되면서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갈등과 자국우선주의가 슈퍼 보호무역주의를 불러일으켰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커뮤니티 간의 치열한 경쟁이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 G2 커뮤니티 간의 경쟁은 2023년 시작되는 ‘글로벌 재편시대’에 인도가 급부상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중국을 견제하는 인도의 성장은 세계 경제의 중심을 아시아로 이동시킬 것이며, 결국 2028년부터 ‘글로벌 아시아시대’가 활짝 열릴 것이다.

글로벌 아시아시대가 본격화되는 2030년엔 GDP 경제 규모로 중국이 세계 1위, 미국 2위, 인도 3위, 일본 4위, 독일 5위, 영국 6위, 한국이 7위로 자리매김한다는 영국 연구기관의 발표가 있었다. 2030년 경제 규모는 1위 중국, 3위 인도, 4위 일본, 그리고 5위권의 아세안(ASEAN)이 글로벌 맹주로 성장할 것이며 결국 세계 경제의 중심은 성장을 쫓아 아시아로 이동할 것이다. 2030년 글로벌 맹주로 등장하는 아시아 기업들과 경쟁하려면 우리 기업들은 지금부터 ‘글로벌 리더십 2.0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불확실성은 높지만 2030년 글로벌 아시아시대 주역이 되기위해서는 올해부터 3년간, 2022년까지 아시아의 도전자들이 추격하지 못할 정도로  강력한 성장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일본·중국과 함께 우리 정부도 인도와 아세안에 대한 높은 관심을 갖고 사람 중심의 번영과 평화를 주창하는 신 남방정책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일찍이 아시아 시장에 많은 공을 들인 일본과 중국 정부에 맞서 우리 정부가 경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따라서 우리 대기업들이 전면에 나서 미래 아시아를 위한 교두보를 정부와 함께 마련하는 전략을 구사할 때다.

삼성·LG·SK·현대자동차와 같은 대기업들은 그동안 중국·인도·베트남 등 아시아 시장에 지속적인 투자를 해왔다.따라서 이들 대기업들이 글로벌 아시아시대를 향한 대열의 선봉에 서야 한다. 특히 한국기업의 ‘글로벌 리더십 1.0 시대’를 이끈 삼성 등 대기업들의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십분활용하는 전략이 뒷받침돼야 한다. 투자 대비 수익이 곧바로 실현되지 않는 미래의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최고 경영자의, 위험을 감수하는 과감한 의사결정이 수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얼마전,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검찰에 권고했다. 검찰이 이 권고의 의미를 숙고해 분투중인 우리 대기업들이 다시 글로벌 아시아시대를 향해 전력투구할 수 있도록 해주길 기대한다.

한국 대기업들이 글로벌 아시아시대를 향한 선제적 대비에 적극 나서게 된다면,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 경제에 돌파구를 마련하고 젊은이들이 아시아 시장에서 꿈을 펼칠 기회를 제공해 청년 실업 문제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박영렬 연세대 경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