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1일 미래통합당 윤희숙 의원을 겨냥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가 도리어 통합당으로부터 일부 발언에 대해 "사과하라"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윤 의원의 '저는 임차인이다' 연설을 지적하려다 역공을 당한 셈이다.
박 의원은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의원을 겨냥해 "임차인을 강조하셨는데 소위 오리지널은 아니다"라며 "국회 연설 직전까지 2주택 소유자이고 현재도 1주택 소유하면서 임대인"이라고 지적했다. 윤 의원이 전날 연설에서 4년 뒤 월세로 바뀔 걱정을 한다고 언급한 데 대해서 박 의원은 "임대인들이 그리 쉽게 거액 전세금을 돌려주고 월세로 바꿀 수 있을까"라며 "2년마다 쫓겨날 걱정과 전세·월세 대폭 올릴 걱정은 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윤 의원의 연설에 '사이다'(속 시원하다는 의미의 은어) 발언, '국토교통부 장관 추천' 등 지지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박 의원은 "의사당에서 조리 있게 말을 하는 건 (눈 부라리지 않고 이상한 억양 아닌) 그쪽에서 귀한 사례니 평가(한다)"며 "그러나 마치 없는 살림 평생 임차인의 호소처럼 이미지 가공하는 건 좀 (아닌 것 같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박 의원이 이날 페이스북에 적은 글 중 '눈 부라리지 않고 이상한 억양 아닌' 부분이 문제가 됐다. 통합당을 비롯한 보수성향의 정당 의원들과 특정 지역에 대한 폄하 발언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통합당 황규환 부대변인은 이날 구두 논평에서 "여야가 상호 비판하는 것을 누구 뭐라 하겠나"라면서도 "말씀하신 ‘이상한 억양’이 무엇인지, 명확히 하시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황 부대변인은 "마치 특정 지역을 폄하하는 듯 들린다. 아니면 특정인을 폄하하는 것인가"라며 "어느 경우에도 부적절하다. 금도를 넘었다"고 사과를 촉구했다.
아울러 황 부대변인은 "윤희숙 의원은 정부여당의 무능한 정책으로 고스란히 피해를 받고 있는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한 것"이라며 "청부 입법을 무사히 날치기로 마치고 편한 마음으로 쉬고 싶었는데, 윤 의원의 쓴소리가 거슬렸나 보다. 자판 두드리는 시간에 고통받는 한 사람의 목소리라도 더 경청하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박 의원의 해당 글에도 박 의원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댓글들이 달리고 있다. 특히 박 의원이 정부와 여당의 방침과 다른 '3주택자'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21대 총선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박 의원은 대전에 아파트 1채와 경남 밀양 건물, 대구 주택·상가 등 부동산 3채를 보유 중이다. 박 의원의 페이스북에 한 누리꾼을 댓글을 통해 이러한 점을 언급하며 "정부여당 기조에 반하는 3주택자인 박 의원이 무슨 자격으로 1주택자를 저격하느냐"는 지적도 나왔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