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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사회에 뿌리 못 내려…재입북 탈북자 100명 넘을 것”

중앙일보

입력

탈북 3년만에 월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김모씨. 사진 페이스북 캡처

탈북 3년만에 월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김모씨. 사진 페이스북 캡처

탈북 뒤 한국사회에 정착하지 못하고 재입북한 탈북자가 100명 이상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탈북자 출신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28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통일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5년간 11명 정도가 재입북한 것으로 집계되지만, 이는 북한이 기자회견장에 내세운 경우만 11명인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 탈북해 국내에서 종편TV 등에 출연하다 2017년 재입북한 임지현씨의 사례처럼 북한이 공식적으로 월북을 알린 사례만 11명일 뿐, 공개되지 않은 사례는 훨씬 많다는 것이다. 그는 “공개되지 않은 사람은 아마 100여 명도 넘고 또 중국이나 제3국으로 사라진 탈북자는 한 300여 명이 된다고 탈북자 사회에서는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월북 사례가 발생하는 이유로는 “한국에 와서 뿌리를 내려야 하는데 뿌리는 못 내린다”며 부적응과 향수병을 꼽았다. 대학에서 공부하고 친구를 사귀는 20대, 자녀를 한국에서 공부시키는 40~50대와 달리 ‘중간’에서 이도 저도 안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결혼도 안 되고 애인도 못 사귀는 사람들은 마음을 두지 못하니까 오히려 고향에서 시시덕거리며 살던 게 즐거워 북한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안 소장은 “자본주의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에 다시 전체주의 문화로 돌아가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더 나아가 그는 월북을 실행하지 못한 채 끙끙 앓고 있는 탈북자도 상당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군 당국은 최근 월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탈북민 김모 씨가 강화도 일대에서 출발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27일 밝혔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강화도에서 "해당 인원을 특정할 수 있는 유기된 가방을 발견, 확인하고 현재 정밀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은 김씨의 가방이 발견된 것으로 추정되는 인천 강화군 강화읍 월곳리의 한 배수로 모습. 연합뉴스

군 당국은 최근 월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탈북민 김모 씨가 강화도 일대에서 출발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27일 밝혔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강화도에서 "해당 인원을 특정할 수 있는 유기된 가방을 발견, 확인하고 현재 정밀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은 김씨의 가방이 발견된 것으로 추정되는 인천 강화군 강화읍 월곳리의 한 배수로 모습. 연합뉴스

안 소장은 성폭행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월북한 탈북민 김모(24)씨의 월북 배경도 추정했다. 그는 “성범죄로 처벌받으면 5년 저도 감옥에 간다는데, 그러느니 고향에 가서 한 번 살아보자고 단순하게 생각한 것 같다”며 즉흥적인 판단이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안 소장은 북한이 김씨의 월북을 이용할 것으로 봤다. “북한이 귀향이라는 표현을 쓰고 배신자라는 말을 거의 쓰지 않았다”면서다. 또 “코로나라는 것 얹어서 대한민국에서 넘어온 사람이 코로나를 개성 지역에 퍼뜨렸다고 한다면 대단히 북한 체제로써는 환영할만한 인물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북한이 성범죄를 저지르고 도주한 그를 처벌하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대한민국 자유를 만끽한 사람을 사회에 풀어놔서 같이 살아가게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다른 방법으로 격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안 소장은 재발 방지를 위해 탈북자 관리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는 제안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통일부가 아니라 행정안전부로 관리를 이관해달라”는 탈북자들의 의견을 전했다. 전국 각지에 분포한 주민센터 등 행안부 조직이 탈북자 관리에 효율적이라는 설명이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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