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피다 그냥 찔렀다…부산 PC방서 10대 묻지마 흉기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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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 내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중앙포토]

PC방 내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중앙포토]

부산의 한 PC방에서 10대 여성 1명이 손님 2명과 종업원에게 흉기를 휘둘러 상해를 입혔다. 경찰은 범행 전 서로 일면식이 없었던 데다 언쟁이나 몸싸움도 없던 점으로 미뤄 ‘묻지마 범죄’가 아닌가 보고 조사 중이다.

22일 PC방 흡연실서 10대 여성 흉기 난동 #40대女 2명, 종업원 1명 등 3명 흉기 찔려 #A양 “평소 주량보다 술 많이 마셨다” 진술 #

 부산 연제경찰서는 PC방에서 흉기를 휘둘러 손님과 종업원들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특수상해)로 A양(19)을 현행범으로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23일 밝혔다.

 A양은 지난 22일 오후 7시30분쯤 부산 연제구 한 PC방 내 흡연실에서 40대 여성 손님 2명을 흉기로 찌른 뒤 이를 말리던 20대 여성 종업원 1명에게도 흉기를 휘두른 혐의다. 이 과정에서 손님 1명은 등 부위를 다쳐 봉합 수술을 받았고, 다른 1명은 경미한 자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A양을 말리던 종업원은 어깨를 다쳤다. 피해자 3명 모두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사건은 순식간에 벌어졌다. A양이 홀로 있던 흡연실에 40대 여성 손님 2명이 들어간 게 시작이었다. A양은 같은 공간에서 담배를 피운 지 50초 만에 갑자기 여성 손님 중 1명을 흉기로 찔렀다. 옆에 있던 지인이 놀라 A양을 말리는 과정에서 지인도 흉기에 찔렸다.

 40대 여성 2명이 소리를 지르며 흡연실을 빠져나오자 종업원이 달려왔다. 종업원은 흉기를 든 채 흡연실을 나서던 A양을 붙잡았다가 어깨를 찔렸다. A양의 흉기 난동은 PC방에 있던 다른 손님들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끝이 났다.

 취업준비생인 A양은 PC방에 가기 전 주점에서 혼자 소주 1병과 맥주 1병을 마신 것으로 확인됐다. 연제경찰서 관계자는 “A양은 만 19세여서 주점에서 합법적으로 술을 마실 수 있었다”며 “만취상태는 아니었으며, A양은 ‘평소 주량보다 많이 마셨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 A양은 술은 마신 뒤 집에 들러 흉기를 챙기고, 비닐봉지에 담아 평소 자주 방문하던 PC방을 찾았다. 흉기를 집에서 가지고 나온 이유에 대해 A양은 “아무 생각 없이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A양과 피해자들은 서로 일면식이 없는 사이로 확인됐다. 흉기를 휘두르기 전 언쟁이나 몸싸움 등도 없었다는 점에서 불특정인을 대상으로 한 '묻지마 범죄' 가능성이 제기된다. 경찰 관계자는 “A양이 범행 동기를 제대로 진술하지 않고 있다”며 “평소 우울증약을 복용하고 있었고, 이날 술을 마시는 등 복합적인 상황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이 아닌가 보고 조사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A양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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