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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의 비밀주의가 ‘몰카 교사’ 키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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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위성욱 기자 중앙일보 부산총국장
위성욱 부산총국장

위성욱 부산총국장

“2차 피해가 우려돼 공개할 수 없습니다.”

지난 9일 경남교육청 브리핑룸. 경남교육청은 지난달 24일 경남 김해와 이틀 뒤에 또 다른 학교에서 발생한 ‘교사 몰카 사건’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했다. 하지만 또 다른 학교가 어디 지역인지 공개하지 않아 기자들이 그 이유를 물어보자 교육청 관계자가 내놓은 답변이었다. 지역을 공개하는 것이 해당 학교 교직원과 학생들에게 어떻게 2차 피해로까지 이어진다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납득을 할 수 없었다. 결국 기자들은 해당 지역이 창녕이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1~2시간을 허비하는 ‘2차 피해’를 봤다.

교사가 학내 여자 화장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것은 작은 사건이 아니다. 그것도 이틀 간격으로 연달아 이런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은 다른 학교에서도 비슷한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언론이 그런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교사가 지나온 학교와,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피해를 봤는지, 또 학내나 교육청에서 감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따져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런데 이번 사건이 발생한 후 경남교육청 등에 관련 취재를 하면 대부분 “개인정보라 공개할 수 없다”는 원론적 취지의 답변이 돌아왔다.

화장실 몰래카메라 이미지. [연합뉴스]

화장실 몰래카메라 이미지. [연합뉴스]

그렇다면 사건 발생 후 2주가 넘는 시간 동안 경남교육청이 2차 피해를 우려해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불법 촬영 카메라가 발견된 사안에 대해 어떻게 대응했을까. 경남교육청은 두 사건 발생 직후인 지난달 27일 일선 학교에 불법 카메라 점검 긴급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이 공문은 열람제한을 하지 않아 모든 교직원이 볼 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다른 학교에서 몰카를 설치한 교직원이 있었다면 공개된 이 공문을 보고 오히려 대비했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경남교육청이 이런 사건을 예방하기 위해 2018년부터 시행한 ‘불법 촬영 카메라 탐지 장비 대여 사업’도 비슷한 문제점이 나타났다. 이 사업은 시군교육지원청이 일선 학교에 탐지장비를 빌려주는 형식인데 상당수가 어디 학교에 언제 탐지장비를 빌려주는지 모든 교직원이 볼 수 있게 공문을 보낸 것으로 드러나서다. 2018년부터 현재까지 몰카 점검을 했지만 적발된 건수가 한 건도 없었던 것이 이런 허술한 관리 때문은 아닌지 반문이 나오는 대목이다.

박종훈 교육감이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열어 몰카 점검을 수시 및 불시점검 형태로 바꾸겠다는 대책을 내놓기는 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사건이 발생했을 때 언론에 기초적인 정보조차 주지 않아 무조건 숨기고 보겠다는 교육청의 ‘비밀주의’가 더 큰 문제다. 그렇게 현 시스템의 문제점을 언론이 제대로 검증하지 못할 때 오히려 ‘몰카 교사’가 활개 치는 2차 피해가 발생한다.

위성욱 부산총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