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서민도 참여 가능한 부산의 디지털 자산 실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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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박수용 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박수용 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최근 디지털 세상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면서 떠오르는 분야가 자산 시장이다. 현실 세상의 부동산·금·골동품·예술품 등이 디지털 세상에서 디지털 자산화돼 거래된다. 바우웬이란 독일의 부동산 개발회사는 2억5000만 유로가량의 부동산 자산을 디지털화했다. 거래 내역은 블록체인에 기록하고 소유의 증명을 위해 증권형 토큰을 발행해 투자자에게 판매한다. 그동안 대규모 부동산 프로젝트에 감히 참여하기 어려웠던 소액 투자자가 최소 단위인 1유로로도 투자할 수 있다. 이런 거래에는 부동산 중개 수수료도 없다. 실시간으로도 거래할 수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경기 부양을 위해 풀린 자금이 부의 편중과 양극화를 부추기고 있다. 다른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투기로 쏠린다. 해외투자나 ‘고위험 고수익’ 사모펀드 시장의 문을 두드리기도 한다. 그러나 안정적인 수익원이 될 수 있는 대규모 부동산 투자상품은 서민에겐 ‘그림의 떡’이다. 이럴 때 독일처럼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소액으로도 수수료 없이 투명하게 투자에 참여할 수 있다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정부는 지난 6일 규제자유특구위원회를 열고 부산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실증사업을 확대했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데이터 리워드와 거래 서비스 ▶의료 마이 데이터의 비대면 플랫폼 서비스 ▶부동산 집합투자와 수익배분 서비스 등 세 개 사업이다. 이 중 블록체인 기반의 부동산 집합투자와 수익배분 서비스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현실 세계의 자산을 블록체인을 이용해 디지털화하려는 프로젝트다.

증권형 토큰으로 잘게 쪼개진 자산은 부의 분배를 보다 원활히 하고, 분산 원장 기술을 통해선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 스마트 콘트랙트(계약)를 이용한 자산운용의 자동화는 금융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 이는 사모펀드에 대한 불신을 잠재울 수 있는 계기도 될 수 있다. 펀드 업계로선 기존 방식 외에 분산 원장 등록 방식을 도입해 두 가지를 비교할 기회가 열린다.

이번 프로젝트는 블록체인 업계의 숙원인 증권형 토큰(STO)을 실증할 수 있는 국내 최초의 사업이다. 앞으로 국내 STO 산업의 초석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에는 부산이란 한정된 지역에서 미래를 위한 실험적 사업으로 시작되는 면은 있다. 이런 실증 사업이 성공적으로 수행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우리나라가 디지털 자산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국가로 도약하길 기대한다.

박수용 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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