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나흘 만에 입장 바꿔 “그린벨트 해제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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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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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사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택 공급 대책의 하나로 그린벨트 해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14일 방송에 출연해 “현재 1차적으로 5~6가지 (주택 공급 대책) 과제를 검토하고 있다”며 “검토가 끝나고 나서 필요하다면 그린벨트 문제를 점검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7·10대책 발표 때만 해도 “해제 없다” #공급대책 없이 세금폭탄 비판 일자 #정부, 그린벨트 쪽으로 다시 눈길 #강력 반대한 박원순 전 시장은 유고

지난 10일 문재인 정부의 22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때만 해도 홍 부총리는 “그린벨트 해제는 없다”고 못 박았다. 그날 YTN 방송에 출연해 “현재로선 정부가 구체적으로 (그린벨트 해제를) 검토하는 것은 없다”며 “정부가 앞으로 검토해 나갈 여러 대안 리스트에 그린벨트 해제는 올려놓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불과 나흘 만에 홍 부총리가 입장을 바꿨다. ‘7·10대책’이 나왔지만 세금 폭탄만 있고, 최근 주택값 급등을 잡아낼 핵심인 공급 대책이 빠졌다는 비판만 커졌다. 문 정부는 잇따른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한 지지율 하락에 부동산 수장 ‘경질론’까지 힘을 얻는 사면초가 상황에 빠졌다.

정부는 결국 그린벨트 해제로 전략을 선회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주요 공급 대책으로 그린벨트 해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지난 9일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주택 공급을 위해선 지방정부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며 서울시를 우회적으로 압박하기도 했다. 그동안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그린벨트 해제를 강력 반대해 왔다.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세를 견인하는 서울 지역은 만성적인 주택지 공급 부족 상황에 빠져 있다. 주요 단지의 재건축·재개발마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결국 시장을 안정시킬 효과적 공급 대책으로 그린벨트 해제밖에 없다는 쪽으로 당정의 판단이 기울었다.

서울시 그린벨트 면적은 올 1월 기준 149.13㎢다. 이 가운데 보존 가치가 떨어지는 3~5등급 지역은 약 29㎢(2018년 기준)로 전체 그린벨트의 약 20%를 차지한다. 주택 공급 효과가 확실할 것으로 예상되는 그린벨트 지역은 강남구 수서역 일대, 서초구 내곡동 가구단지 일대, 강서구 김포공항 일대, 강남구 세곡동 자동차면허시험장 일대 등이다.

홍 부총리는 “이달 말에는 공급 대책을 내놓겠다”고 했다. 그린벨트 해제 외에 검토 중인 대책으로 도심 고밀도 개발,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 조정, 공공기관 이전 부지 주택 공급 등이 있다고 밝혔다.

세종=조현숙 기자, 한은화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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