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 왕국’ NC, 쉬어 갈 타순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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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야수 강진성은 프로 데뷔 9년 만에 처음 3할 타율을 기록하면서 올해 NC 최고 히트상품으로 평가받는다. [연합뉴스]

외야수 강진성은 프로 데뷔 9년 만에 처음 3할 타율을 기록하면서 올해 NC 최고 히트상품으로 평가받는다. [연합뉴스]

프로야구 선두 NC 다이노스에는 쉬어가는 타순이 없다. 누구든 한 방을 날릴 수 있는 타율 3할대 타자들이 즐비하다. 2년 전만 해도 NC는 팀 타율 0.261, 143홈런, 629타점으로, 타격 3대 지표에서 전부 KBO리그 최하위였다. 그런데 지난 시즌부터 방망이가 끓어 오르더니, 올해(13일 기준)는 타율 0.292(3위), 84홈런(1위), 358타점(1위)으로 고공행진 중이다.

불방망이 조련한 이호준·채종범 #주전과 백업간 격차 줄이기 나서 #강진성·권희동에 알테어도 가세 #3할대 타자들 즐비, 누구든 한방

NC는 어떻게 타격 왕국이 됐을까. 타격 성적이 좋아진 지난해, NC에는 새 타격 코치가 왔다. 2017년 NC에서 은퇴한 이호준(44) 코치와 2012년 NC 창단 코치였던 채종범(43) 코치다. 두 코치는 ‘물방망이’ NC 타선을 살려내야 한다는 중책을 맡았다. 이 코치는 “이동욱 감독님이 ‘팀 뎁스(depth)를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주전과 백업의 격차를 줄이라는 뜻이었다. 그래서 백업 선수 기량 증가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전했다.

사실 NC에는 기존에 박민우, 양의지, 나성범 등 잘 치는 타자가 있었다. 이들 외에 새로운 3할 타자가 나타났다. 강진성, 권희동이다. 강진성은 타율 0.343, 9홈런, 40타점으로 주전 자리를 꿰찼다. 가끔 한 방을 날렸지만, 기복이 있던 권희동은 올해 타율 0.307, 9홈런, 31타점으로 꾸준히 활약하고 있다. 게다가 시즌 초 1할대 타율로 부진했던 외국인 타자 애런 알테어가 두 달 만에 타율 3할대로 올라섰다. 노진혁, 김성욱, 김찬형, 김태진 등도 방망이를 달구고 있다.

NC 이끄는 3할 타자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NC 이끄는 3할 타자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이 코치와 채 코치는 선수들에게 능동적인 학습을 권유했다. 먼저 가르치는 대신, 각자 스스로 자신의 타격을 연구한 뒤 부족한 부분을 물어오도록 기다렸다. 채 코치는 “선수들 각자 성향에 따라 필요한 부분을 채워줘야 한다. 그러려면 선수가 자신의 타격에 대해 먼저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부족한 부분을 찾아낼 때까지 두 코치는 기다렸다. 눈에 빤히 보이는 단점을 지적하지 않고 기다린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코치들은 인내심을 발휘했다.

그런 노력 덕분에 선수들은 잠재력을 꽃피웠다. 강진성이 대표적인 사례다. 자신의 타격 영상과 데이터 등을 보며 열심히 연구한 강진성은 이 코치를 찾아와 “타격할 때 손목을 못 쓰는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다. 이 코치와 채 코치는 논의 끝에 강진성에게 잘 맞는 동작을 찾았다. 그 과정에서 레그킥(다리를 높이 들었다 치는 방법)을 버렸는데, 그게 통했다. 이 코치는 “스스로 공부한 뒤, 코치진과 피드백을 주고받아 나온 결과물은 선수도 빨리 이해하고 수긍해서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NC 이호준(왼쪽), 채종범 타격 코치. [사진 NC 다이노스]

NC 이호준(왼쪽), 채종범 타격 코치. [사진 NC 다이노스]

메이저리그(MLB)에서 뛰었던 알테어조차 자존심을 내세우기보다 팀 분위기를 따랐다. 먼저 코치들을 찾아와 “기본부터 배우겠다”고 말했다. 알테어는 초등학교 선수나 하는 아주 기초적인 훈련도 마다치 않았다.

두 코치가 백업 선수 키우기에만 전념한 건 아니다. 무릎 부상으로 지난 시즌을 날린 나성범을 위한 맞춤 코칭도 준비했다. 채 코치는 “나성범은 미국 진출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에 MLB 선수들 영상을 같이 보며 원하는 스타일에 관해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전했다. 이 코치도 “전지훈련에서 한쪽 구장을 나성범에게 내어주고 본인 루틴대로 준비할 수 있게 도왔다”고 전했다.

이 코치는 올 시즌 개막 전, 황순현 NC 대표와 팀 타율 기록을 놓고 ‘밥 사기’ 내기를 했다. 이 코치는 지난해 팀 타율 1위였던 키움 히어로즈 기록(0.282)에, 황 대표는 그 이상의 기록에 걸었다. NC 팀 타율이 0.292이니까 이 코치가 질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이 코치는 “선수들이 계속 잘해서 내가 지기를 바란다”며 즐거워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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