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모래섬 안동호서 태어난 쇠제비갈매기 61마리 호주로 떠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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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안동시 안동호의 인공모래섬에 마련된 파이프. 파이프 안에는 새끼 쇠제비갈매기가 숨어있다. 천적인 수리부엉이가 파이프 근처를 어슬렁거리고 있다. [사진 안동시]

경북 안동시 안동호의 인공모래섬에 마련된 파이프. 파이프 안에는 새끼 쇠제비갈매기가 숨어있다. 천적인 수리부엉이가 파이프 근처를 어슬렁거리고 있다. [사진 안동시]

지난달 14일 오후 9시 30분 경북 안동시 안동호 안의 인공모래섬. 수리부엉이(천연기념물 제324호)가 지름 12㎝, 길이 90㎝ 파이프 앞을 어슬렁거렸다. 파이프 안에는 태어난 지 한 달도 안 된 쇠제비갈매기 새끼가 몸을 웅크린 채 떨고 있었다. 수리부엉이는 파이프 안에서 소리가 나자 허리를 낮춰 안을 살펴보기도 했다. 수리부엉이는 이날부터 5일 연속 파이프 근처를 배회했다.

이 장면은 안동시가 설치한 폐쇄회로TV(CCTV)에 담겼다. 시에서 마련한 35개의 파이프가 쇠제비갈매기 새끼의 은신처 역할을 했지만, 파이프 밖으로 나온 4마리는 수리부엉이에게 희생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동시는 올해 인공모래섬에서 태어난 쇠제비갈매기 71마리 중 61마리가 성체로 성장해 호주 등으로 떠났다고 13일 밝혔다. 71마리 중 5마리는 수리부엉이와 왜가리 등 천적에 의해 희생됐다. 4마리는 자연 폐사, 1마리는 행인에게 밟혀 희생된 것으로 집계됐다.

쇠제비갈매기는 세계자연보전연맹의 ‘멸종위기 관심대상’이다. 호주에서 1만㎞를 날아와 4월에서 7월 사이 한국과 일본 등 바닷가 모래밭에서 서식한다. 쇠제비갈매기가 2013년부터 내륙 호수인 안동호에서 새끼를 낳고 기르는 모습이 포착돼 시에서 관찰해왔다.

올해는 안동호 수위상승으로 기존 서식지인 모래섬이 사라져 안동시에서 면적 1000㎡ 크기의 인공모래섬을 만들었다. 지난 4월부터 쇠제비갈매기 약 70마리가 날아와 둥지를 틀었다. 지난 5월 22일부터 26개 둥지에서 71마리가 태어났다.

안동시는 CCTV로 새끼가 커가는 장면을 포착했다. 새끼가 빙어를 통째로 삼키는 장면, 어미가 천적으로부터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수십 마리씩 집단으로 날아오르는 장면 등이다.

권오구 안동시 환경관리과장은 “태어난 곳에 돌아오는 쇠제비갈매기 서식지 보호를 위해 지속해서 노력하겠다”며 “서식지를 확장하고 생태관광 자원화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동=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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