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2.3% 역성장 전망 “나랏돈 한 번에 써버리면 위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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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2.3%로 전망했다. 마이너스 성장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처음이다.
한경연은 12일 ‘2020년 2분기 경제동향과 전망’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올해 한국 경제가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1998년 한국 경제성장률은 –5.8%였다.

길어지는 코로나 사태…하반기 더 어려워

가장 큰 원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다. 지난 3~4월만 해도 코로나19 사태가 신속히 종결될 경우 하반기부터 강한 반등이 나타날 거란 기대가 컸다. 하지만 하반기에 접어들어서도 감염증 사태는 세계적으로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한경연은 한국경제가 연내 경기 반등을 이뤄내기 힘들다고 전망했다. 상반기 성장률은 –1.7%, 하반기는 이보다 더 낮은 –2.9%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경제가 위기에서 벗어나 경기회복 단계로 진입하게 될지는 ▶코로나19 상황의 종결시점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의 경기 반등 시기와 속도 ▶정부대응의 실효성 등에 달렸다.

소비·투자·수출 모두 '마이너스'

지난 6월 점심시간 무렵 서울 명동거리 모습. 한국은행의 발표 따르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1.3% 줄었다. 연합뉴스

지난 6월 점심시간 무렵 서울 명동거리 모습. 한국은행의 발표 따르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1.3% 줄었다. 연합뉴스

민간소비는 위기 때마다 내수를 떠받쳐왔다. 하지만 올해는 민간소비도 –3.7% 성장하며 상당 기간 심각한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등 정부가 소비부양에 나섰지만, 기업 실적 부진으로 실질적인 임금상승률이 하락하고, 소비활동에 물리적인 제약이 따르며 전염병에 대한 불안감이 커 소비를 살리기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가계부채 원리금 상환부담과 실업률 증가 등도 민간소비 하락을 가속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미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해 온 설비투자는 내수침체와 미·중 등 주요 수출대상국의 경기위축에 따라 -18.7% 역성장을 기록할 전망이다. 건설투자 역시 공사 차질과 정부의 부동산 억제정책으로 감소폭이 -13.5%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위기 때마다 경기 반등의 효자 역할을 해 온 수출도 세계경제의 경기위축이 예상보다 심각하고, 무역갈등의 재점화 가능성도 커 –2.2%로 역성장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 경상수지는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상품수지 흑자폭이 크게 줄어드는 가운데 서비스수지 적자가 지속하면서 지난해보다 90억 달러 줄어든 510억 달러(약 61조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 장기국면 대비해야”

한경연은 대내적으로 ▶코로나19 감염자 재확산 ▶기업실적 악화로 인한 대량실업 발생 가능성을, 대외적으로는 ▶주요국의 극심한 실적 부진과 경기회복 지연 ▶반도체 단가 상승폭 제한 ▶글로벌 공급선 약화 등이 성장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경연은 “향후 경제정책은 단기적 경기반등 효과에 집착해 국가재정을 일시에 소진하기보다는 장기 침체기로 본격적 진입 가능성에 대비하는 한편, 코로나 이후 도래할 경제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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