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했어요. 이제 홈런 치고 밝게 웃을게요."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의 거포 박병호(34)가 개인 통산 300홈런을 달성했다. 박병호는 지난 5일 수원에서 열린 KT 위즈와 원정 경기에서 5회 초 투런포를 터뜨렸다. 올 시즌 14번째 홈런이자 통산 300번째 홈런이었다. 박병호는 KBO리그 역대 14번째로 300홈런 고지를 밟았다. 히어로즈 소속 선수로는 2010년 송지만에 이어 두 번째다.
박병호는 7일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송지만 선배가 지난 2014년 은퇴할 때, 통산 300홈런·1000타점을 달성했다고 들었다. 그때 '나도 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300홈런을 이뤘다. 정말 영광스러운 기록이다. 이제는 1000타점에 도전하겠다"며 웃었다. 7일 현재 853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박병호가 홈런 기록과 인연을 맺은 건 히어로즈에 오면서부터다. 지난 2011년 넥센 히어로즈로 팀을 옮긴 이후 선발 기회를 얻었고, 2012년에 처음 홈런왕이 됐다. 이후 2015년까지 4시즌 연속 홈런 1위를 차지했고, 미국 메이저리그 생활(2016~17년)을 접고 들어온 후, 2019년에 다시 홈런왕이 됐다. 박병호는 "히어로즈로 트레이드 되고 나서 야구 인생이 달라졌다. 팀에서 전폭적으로 나를 밀어줬다. 여기서 좋은 지도자분들을 만났고 성장할 수 있었다"고 했다.
박병호는 통산 5회 홈런왕 기록을 세우면서 '국민 타자' 이승엽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만약 올 시즌 최다 홈런 1위에 올라서게 되면 역대 KBO리그 홈런상 최다 수상자가 될 수 있다. 그는 "이승엽 선배를 넘어서고 싶은 생각은 없다. 열심히 하다가 홈런왕이 또 된다면 영광인 것이다. (이승엽 선배를 넘어서기 위해) 달려가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박병호가 홈런을 많이 날린 투수는 누구일까. 성남고 선배 노경은(36·롯데 자이언츠)이다. 8개의 홈런을 빼앗았다. 그 사실을 박병호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고교선배라서 말을 잘 해야한다"면서 "올해는 상대전적에서 밀리고 있다"고 했다.
영광스러운 기록을 세웠지만 박병호는 올 시즌 많이 힘들었다. 타율이 1할대까지 떨어지며 잠시 2군에도 다녀왔다. 그런데 7월이 되면서 타율 3할대로 타격감이 살아나고 있다. 손혁 키움 감독은 "박병호가 좋아지고 있어서 기쁘다. 타격 타이밍이 잘 맞고 있다"고 했다. 박병호도 "타격 타이밍이 안 맞았다. 타석에서 정확성이 많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되면서 자신감이 떨어졌다. 지금은 타이밍을 맞추기 위해 다리 동작을 최소화해 타격폼을 간결하게 바꿨다. 일시적으로는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병호는 시즌 초반 성적이 안 나오면서 표정이 많이 굳어 있었다. 홈런을 쳐도 환하게 웃는 모습을 잘 보지 못했다. 그러자 팀 후배들이 박병호에게 "지고 있더라도 홈런 치면 밝게 웃어달라"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박병호도 마음을 바꿨다. 그는 "내가 홈런을 치면 더 기뻐해주고 응원해주는데 나는 웃지 않아 미안했다. 반성했다. 그래서 0-10으로 지고 있을 때가 아니면 기뻐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