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깜깜한데, 정부 눈에만 보이는 “희망의 사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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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사인이 나타나고 있다”(2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소비·수출 “회복 불씨” 낙관적 해석 #전문가 “제조업 부진엔 눈 감나” #소상공인 매출도 4주 연속 하락세

정부는 2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희망의 사인, 경제회복의 불씨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내세운 건 소비 지표다. 올 1~3월 전달 대비 줄었던 소매판매는 4월 5.3%, 5월 4.6% 늘었다. 5월 77.6에서 지난달 81.8로 상승 반전한 소비자심리지수, 지난달 감소 폭을 10%대로 줄인 수출도 정부가 내세운 긍정의 증거다.

소비자물가상승률.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소비자물가상승률.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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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경기회복의 불씨가 확실한 반등 모멘텀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에 포함된 주요 정책과제를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기존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견해와 궤를 달리한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 공장이 멈추고, 일자리가 사라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회복을 말하는 건 지나치게 낙관적이고 성급하다”며 “특히 제조업 부진을 경시하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제조업 부진이 심화하면 고용이 더 악화하고 긴급 재난지원금으로 반짝 되살린 소비 효과도 퇴색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재난지원금 효과가 ‘반짝 특수’에 그치고 골목상권이 다시 얼어붙고 있다. 전국 66만 소상공인 사업장의 결제 정보를 관리하는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6월 셋째 주(6월15~21일) 전국 소상공인 점포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94를 기록했다. 지난해 100개를 팔았다면 올해에는 평균적으로 94개를 팔았다는 얘기다. 5월 셋째 주(5월18~24일) 1.06까지 오르며 지난해 수준을 넘어섰던 매출이 4주 연속 하락하며 나타난 결과다.

정부가 전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며 강조했던 소비 진작의 효과는 밥상 물가에서 나타났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6월에도 물가가 지난해와 같은 수준에 머무르면서 저물가 추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달 축산물 가격은 10.5% 올랐다.

정부도 ‘제조업의 어려움’을 언급하긴 했다. 하지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월 이후 최저인 지난달 제조업 평균가동률(63.6%), 외환위기 여파가 있던 1999년 1월 이후 최고인 지난달 제조업 재고율(128.6%)과 같은 지표는 외면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비판에는 눈을 감는 현 정부의 현실 인식이 정책이 되면 그 정책은 현실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하남현·임성빈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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