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심의위 "이재용 수사 중단" 압도적…檢 부담 더 커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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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시스]

약 1년 8개월간 이어진 검찰의 삼성 경영권 부정 승계 의혹 수사에 대해 전문가들이 10대 3이라는 압도적인 표 차이로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이 부회장 측은 영장실질심사, 시민위원회에 이어 수사심의위원회(심의위)까지 검찰과의 3번의 맞대결에서 모두 판정승을 거뒀다.

26일 대검찰청 15층 소회의실에서 오전 10시 30분 열린 심의위는 약 9시간 만에 검찰이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고, 그를 재판에 넘기지 않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심의위에는 양창수 위원장을 제외한 무작위로 추첨된 변호사, 법학 전공 교수, 종교계 인사 등 사법제도에 대해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회 각계 전문가가 자리했다. 당초 정원은 15명이었으나 1명이 불참했다. 주요 피의자인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과의 친분을 이유로 위원장직을 맡지 않겠다고 한 양 위원장 대신 임시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했다. 임시위원장은 표결에 참여할 수 없어 총 13명이 기소 여부를 논의했고, 그중 10명이 수사중단 및 불기소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위원들은 먼저 검찰의 50쪽 분량의 의견서를 살펴보고 구두 의견진술을 들었다. 사건을 담당한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의 이복현(48‧사법연수원 32기) 부장검사와 이 부회장 대면조사를 했던 최재훈(45‧34기) 부부장 검사, 수사팀에 파견됐던 김영철(47‧33기) 의정부지검 부장검사 등이 투입됐다. 검찰은 옛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단계마다 시세 조종을 비롯한 각종 불법 행위가 있었으며 이 부회장이 깊이 관여했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후에는 이 부회장 측 김기동(56‧21기) 변호사와 이동열(54‧22기) 변호사가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지적하며 방어에 나섰다. 삼성물산, 제일모직 같은 대형 상장사 주가를 조작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합병 비율 조작이 이루어지지 않은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는 사건 성립조차 어렵다는 것이다. 또 법원에서 영장을 기각한 것도 주요한 방어 논리 중 하나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의 대결은 전‧현직 특수통들의 법리대결로도 주목받았다. 중앙지검 특수1‧3부장을 지낸 김 변호사는 대검 중수부 폐지 뒤 대형 부패범죄 수사를 위해 만들어진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 단장을 지냈다. 이 변호사 역시 대검 중수부 첨단범죄수사과장과 중앙지검 특수1부장, 3차장을 거쳤다. 이날 심의위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이 부회장 사건을 총괄하는 최재경(58‧17기) 변호사는 대검 수사기획관과 중수부장 등을 지낸 대표적 특수통이다. 이 부장검사와 김 부장검사는 최 변호사와 함께 대검 중수부에서 근무한 인연이 있다.

검찰은 세 차례 연이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게 되자 허탈해하는 분위기다. 앞서 법원은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고, 시민위원회는 이 부회장 기소 여부를 전문가들이 따져봐야 한다며 심의위에 안건을 회부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열심히 준비했는데 삼성의 벽이 높은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반면 이 부회장 측 변호인 일동은 “심의위원들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삼성과 이 부회장에게 기업 활동에 전념해 현재의 위기 상황을 극복할 기회를 주신 데 대하여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에 대한 기소 의지가 강했던 검찰의 부담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검 예규인 심의위 운영지침은 검찰이 의견을 존중하도록 하고 있을 뿐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 영장을 청구하면서 기소는 정해진 수순이라고 봤다. 그러나 앞선 8차례의 심의위 의견을 검찰이 모두 따랐다는 점에서 일단 검찰은 이 부회장 기소 시기를 미루고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중앙지검은 “지금까지의 수사 결과와 심의위 의견을 종합해 최종 처분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가영‧나운채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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