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스트레스 감춘 염경엽 감독, 실신 전날 소고기 구워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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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경엽 SK와이번스 감독. 뉴스1

염경엽 SK와이번스 감독. 뉴스1

경기 중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된 염경엽(52) SK와이번스 감독이 전날 연패에 빠진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선수들과 식사 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염 감독은 전날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KBO리그 두산 베어스전이 비로 취소되자 고참 선수 11명을 인천 시내 한 고깃집으로 불렀다.

염 감독은 선수들에게 소고기를 구워주며 “포기하지 말자”고 힘을 북돋웠다. SK는 24일 기준 7연패를 기록하며 리그 9위에 머물러있었다.

이날 자리는 계속되는 패배로 팀 분위기가 침체되자 함께 힘을 내자는 의미로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해당 자리에 참석했던 선발 투수 문승원은 이날 “감독님이 평상시와 다름없이 선수들을 대해주셨다”고 말했다.

선수들에게 내색하지는 않았으나 염 감독은 팀 성적에 극한의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염경엽 SK와이번스 감독이 25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베어스와 홈경기 2회초에 더그아웃에서 쓰러져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염경엽 SK와이번스 감독이 25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베어스와 홈경기 2회초에 더그아웃에서 쓰러져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염 감독은 이튿날인 25일 홈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1차전 경기에서 3-6으로 뒤진 2회 초 더그아웃에서 갑자기 쓰러졌다.

경기는 곧장 중단됐고 염 감독은 들것에 실려 구급차에 이송돼 인천 길병원으로 후송됐다.

SK 관계자는 “검진 결과 염 감독이 불충분한 식사와 수면, 과도한 스트레스로 심신이 불안정한 상황이라는 진단을 받았다”며 “병원 측에서는 정확한 진단을 위해 입원 후 추가 검사를 받을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날 더블헤더 2차전 선발 투수로 나섰던 문승원은 “감독님이 경기 중 쓰러지셔서 매우 놀랐다. 그렇게 힘드신 상황인 줄 몰랐다”며 “2차전에서는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마운드에 올랐다. 다른 선수들도 한마음 한뜻으로 경기에 임해 좋은 결과를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SK 선수들은 더블헤더 1차전에서 6-14로 대패했지만, 2차전에선 7-0 승리를 거둬 연패 사슬을 끊었다.

문승원은 “감독님이 의식을 찾으셨다는 말을 경기 후에야 전해 들었다”며 “빨리 쾌차하시길 빈다”고 했고, 김경호는 “경기 중 감독님이 쓰러지셔서 깜짝 놀랐는데, 빨리 쾌유하셔서 건강한 모습으로 팀을 이끌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장 최정도 “감독님이 경기 중 갑자기 쓰러지셔서 마음이 무거웠다”며 “분위기가 어수선했지만 두 번째 경기는 꼭 잡고 싶었다. 감독님 건강에 이상이 없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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