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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계 PC방 금지, 3단계 클럽 금지"···'3단계 거리두기' 추진

중앙일보

입력

23일 서울시내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방역복을 착용한 관계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방역당국은 코로나19가 쉽게 종식되지 않을 것이라며 장기전에 들어갈 것임을 밝혔다.뉴스1

23일 서울시내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방역복을 착용한 관계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방역당국은 코로나19가 쉽게 종식되지 않을 것이라며 장기전에 들어갈 것임을 밝혔다.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수도권에서 전국으로 번져나갈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가 단계별 거리두기를 시행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지난달 초 '생활 속 거리두기'로 방역 조치를 전환한 것이 섣부른 것이 아니었냐는 지적도 나온다.

생활 방역 한달반만에 강화로 U턴?

보건복지부 당국자는 23일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된 거리두기, 생활 속 거리두기 등을 시행했는데, 각 조치 내용이 체계화가 덜 돼 있었다"며 "단계별로 어떻게 조치해야 하는지 단계를 짜서 설정하는 개념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 보건의료 전문가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정부는 최근 거리두기를 크게 3단계로 구분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지금까진 별도 기준 없이 상황에 따라 거리두기를 시행했지만, 앞으로 단계별 기준을 재정비해 어떤 방식으로 거리두기를 할지 명확하게 할 방침이다.

예컨대 신규 확진자 수나 감염경로가 불분명한 확진자 비율, 방역망 내 관리  비율 등을 토대로 특정 기준을 넘어가면 1단계→2단계→3단계 식으로 방역 조치를 높여간다는 것이다.

23일 오후 부산 감천항에 정박한 러시아 국적 냉동화물선에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선원들이 부산의료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이 화물선 선원 21명 중 16명이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았다. 뉴스1

23일 오후 부산 감천항에 정박한 러시아 국적 냉동화물선에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선원들이 부산의료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이 화물선 선원 21명 중 16명이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았다. 뉴스1

정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초안을 마련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문가는 "1단계에선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해도 되지만, 3단계에선 클럽이나 노래방 등 고위험시설 이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식의 행동지침이 담겨 있다"고 전했다.

그는 다만 각 거리두기 단계를 정할 때 '신규 확진자 50명 이상' 등 정량적 기준보다는 증가 추이를 고려하는 게 낫다는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정부는 오는 26일 생활방역위원회를 열어 관련 내용을 점검한 뒤 다음주쯤 단계별 거리두기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거리두기 방안을 마련한 것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환자가 계속 늘고 있고, 방역 조치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5월 이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5월 이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대구·경북 지방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환자가 쏟아지자 정부는 3월 21일부터 5월 5일까지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와 완화된 거리두기를 시행해 확산세를 어느 정도 늦추는 데 성공했다. 상황이 나아지자 정부는 5월 6일부터 방역을 유지하면서도 일상으로 복귀하는 생활 속 거리두기를 시행했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동 강하게 통제했던 종교시설이나 클럽, 헬스장 등 시설이 문을 열고, 날씨가 풀리고 기온이 오르면서 마스크 착용이나 거리두기 등 기본 방역 수칙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의식이 느슨해지는 모습이 나타났다.

이런 분위기 속 4말5초의 '황금 연휴'를 지나며 서울 이태원 클럽 발 집단감염에 이어 수도권의 물류센터와 소규모 교회, 탁구장, 방문판매업체 등에서 집단감염이 산발적으로 발생하며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질본에 따르면 최근 2주간 일평균 신규 확진자는 46.7명에 달한다. 생활 방역 전환 당시 2주간(4월26일~5월9일)의 8.7명보다 약 5배 가량 증가했다.
신규 확진자 중 감염경로가 파악되지 않는 이른바 '깜깜이 환자' 비율은 당국의 기준(5% 미만)을 이미 넘어선 지 오래다. 최근 2주간(6월7일~20일) 감염경로 불명 비율은 10.6%에 달했다.

방역 조치도 '뒷북'에 그치고 있다. 클럽에서 터지면 클럽 일제 점검을, 방판업체가 사각지대면 뒤늦게 단속에 나서고 환자가 발생한 뒤에야 뒤쫓아가는 형국이다.

5월 이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5월 이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보건의료 다른 전문가는 "뒷북 조치만 내놓는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당국이 거리두기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안다"며 "국민들이 어떤 상황에서 어느 강도로 거리두기가 시행되는지를 예측할 수 있게 되면 방역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거리두기 방안 발표와 함께 현재 방역 조치를 한 단계 올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일선에서 방역을 진두지휘하는 수장들이 잇따라 경고음을 낸 것이 이를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본부장은 지난 22일 브리핑에서 현재 수도권과 대전 중심으로 한 확산세와 관련해 "코로나19가 2차 유행 중"이라고 규정했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도 지난 20일 정례브리핑에서 "지금은 코로나19 확산기이자 위기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17일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 브리핑실에서 코로나19 방대본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17일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 브리핑실에서 코로나19 방대본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당국은 그동안 방역망 내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관리되고 있다며 사회적 거리두기로의 복귀에는 선을 그어왔다. 하지만 거리두기 3단계 방안을 마련하면서 그 가능성을 열여둔 셈이 됐다.

일각에선 당국이 근시한적인 코로나19 방역에만 매몰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라톤을 뛰어야 하는데 100m 달리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방지환 서울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병 팬데믹(대유행)에서는 획기적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 코로나19 유행이 끝날 수 없다"며 "팬데믹에서는 확진자를 찾고 차단하는 방역에 초점을 둘 게 아니라 중증 단계로 갈 환자를 서둘러 찾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의료 체계를 가다듬는 게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 교수는 이어 "확진자 차단에 주력하느라 의료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정책 방향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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