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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고위험시설?"…하루 400명 이용 노량진 뷔페 가보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3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의 한 뷔페식 패밀리 레스토랑 입구에서 방역 지침에 따라 한 손님이 QR코드로 본인 인증을 하고 있다. 이우림 기자.

23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의 한 뷔페식 패밀리 레스토랑 입구에서 방역 지침에 따라 한 손님이 QR코드로 본인 인증을 하고 있다. 이우림 기자.

“오늘부터 QR코드 인식하셔야 입장 가능합니다!”

23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의 한 뷔페식 패밀리 레스토랑 입구에서 직원이 외쳤다. 매장 입구에는 보건복지부가 배포한 ‘이용자 방문 절차’ 안내판이 붙어있었다. 길게 줄 서 있던 10여명은 휴대전화를 꺼내 QR코드를 인증하고 들어갔다. QR코드를 찾지 못한 이들은 수기로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 등을 직접 적었다.

음식을 가지러 갈 때는 마스크 착용이 필수였다. 테이블에서 식사하던 사람들이 마스크를 끼지 않은 상태로 샐러드바를 이용하려고 하자 직원이 와서 주의를 줬다. 가게 매니저는 “불편해도 조금만 이해해달라. 방역 수칙이 엄격해져서 그렇다”고 설명했다.

서울 동작구의 한 대형 학원에도 QR코드 인식 장치가 등장했다. 강의실 입구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출입생 관리를 위해 QR코드를 통한 출석체크가 진행된다’고 적혀있었다. 수강생 남모(28)씨는 “어제부터 QR코드를 찍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전에는 수기로 썼는데 오히려 쓰는 시간이 절약돼 편하다”며 “수업할 때도 책상 3개를 붙인 후에 가운데 자리를 비우고 앉아 거리 두기를 한다”고 말했다.

방문판매·물류센터·대형학원·뷔페 '고위험시설' 지정

정세균 국무총리가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뉴스1

정세균 국무총리가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뉴스1

정부는 이날 오후 6시부터 ▶방문판매 등 직접판매 홍보관 ▶유통물류센터 ▶300인 이상 대형학원 ▶뷔페를 '고위험시설'로 지정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이어지자 유흥주점과 단란주점, 감성포차 등 기존 8개 시설에 더해 포함시켰다. 고위험시설은 개인 신상정보를 확인하는 전자출입명부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최소 1m 이상 떨어지는 등 강화한 방역수칙도 지켜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시설 사업주나 이용자에게 최대 3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거나 집합금지 조치를 시행할 수 있다.

대형 뷔페 방역 '구멍' 

23일 오후 6시 서울 동작구 노량진로의 한 어학원 강의실에서 수강생들이 자습을 하고 있다. 이우림 기자.

23일 오후 6시 서울 동작구 노량진로의 한 어학원 강의실에서 수강생들이 자습을 하고 있다. 이우림 기자.

하지만 일부 대형학원과 뷔페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여전히 방역에 구멍이 뚫렸다. 서울 종로구의 한 어학원은 QR코드 인식 없이 수기로 신상 정보를 적었다. 해당 정보가 맞는지 확인하는 절차는 이뤄지지 않았다. 자습을 하는 20여명의 학생은 환풍이 안 되는 밀폐된 공간에서 자습을 이어갔다. 책상 하나를 띄우고 앉았지만, 앞사람과 간격은 1m가 되지 않았다.

공무원 시험 준비생(공시생)으로 북적이는 서울 노량진 인근의 뷔페식당 상황은 더 심각했다. 매장 입구에 손 소독제가 있었지만 30분 동안 이를 사용한 사람은 없었다. 명단 작성과 발열 체크도 이뤄지지 않았다. 샐러드바에 놓인 집게와 주걱을 공유했다. 음식을 담은 후에는 30㎝도 떨어지지 않은 채 다닥다닥 붙어 식사를 이어갔다.

23일 오후 6시 서울 동작구 노량진로의 한 뷔페 식당에서 손님들이 샐러드바를 이용하고 있다. 해당 식당은 이날부터 고위험시설에 포함됐지만 출입 명부 관리를 하지 않았다. 이우림 기자.

23일 오후 6시 서울 동작구 노량진로의 한 뷔페 식당에서 손님들이 샐러드바를 이용하고 있다. 해당 식당은 이날부터 고위험시설에 포함됐지만 출입 명부 관리를 하지 않았다. 이우림 기자.

인근 뷔페식당도 마찬가지였다. 해당 가게는 자체적으로 테이블마다 투명 유리막을 설치해놨다. 하지만 방문 기록 작성이나 손 소독은 이뤄지지 않았다. 식당 매니저는 “보통 하루에 350명에서 400명 정도가 이용한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에는 하루에 700명 넘게 왔었는데 줄어들었다”면서 “강화된 방역 수칙은 전혀 몰랐다. 구청이나 보건복지부로부터 아무런 지침을 전달받지 않았다. 오늘부터 뷔페가 고위험시설로 들어가는 게 맞냐”고 되물었다.

정부가 지자체와 충분한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방역 강화 대책을 내놓으면서 현장의 혼란이 가중된다는 비판도 나왔다. 익명을 요청한 한 구청 관계자는 “서울시에 문의했지만, 아직 점검 기준이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았다며 공문을 주지 않았다. 일선에 지침 기준도 알려주지 않고 일을 진행하니 혼란이 이어진다”며 “가게 업주의 문의 전화가 빗발쳐 힘들다”고 말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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