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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강원도에 있다" 소식에 달려간 김태년, 극적 사찰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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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운데), 김영진 원내총괄수석부대표(왼쪽), 박성준 원내대변인이 23일 국회 의장실에서 박병석 의장과 면담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운데), 김영진 원내총괄수석부대표(왼쪽), 박성준 원내대변인이 23일 국회 의장실에서 박병석 의장과 면담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의 회동이 23일 오후 극적으로 성사됐다. 지난 16일부터 전국 사찰을 돌며 칩거중인 주 원내대표가 현재 강원도 고성 화암사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김 원내대표와 김영진 원내수석 부대표가 부리나케 달려가면서다. 두 사람은 오후 4시 45분께부터 사찰 독대를 시작했다.

이날 회동 성사 직전 원구성을 둘러싼 양당 대치의 긴장감은 최고조였다. 김 원내대표가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망부석도 아니고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가. 미래통합당은 오늘까지 상임위원 명단을 제출할 것을 요청한다”며 최후통첩을 날리면서다. 


민주당이 18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가시화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김 원내대표는 “이제 국가 비상상황에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 집권당으로써 선택하고 결정하겠다. 그리고 그 결과에 책임지겠다”며 “국회를 정상화하고 6월 국회에서 추경을 마무리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원 구성을 매듭짓는 데드라인을 26일로 정했다. 박성준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영진 원내수석이 회의에서 이번 주 목요일(25일)이나 금요일(26일)은 원 구성을 마무리할 테니 모든 의원은 국회에서 한 시간 내 (위치에서) 대기해달라 했다”고 전했다.

이날 회동에서 협상이 타결되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다음 본회에서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단독으로 선출하느냐, 기존 협의안 대로 통합당 몫으로 7개 자리를 비워둔 채 11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마무리하느냐 양단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원내대표단의 기류는 아직 신중론이지만 당내에선 강경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김영진 원내수석은 이날 라디오에 나와 “지금 11대 7로 여야가 국회 상임위원장을 나눠서 책임 여당 역할, 견제 야당 역할을 하라는 것이 국민의 뜻”이라며 “아주 극단적인 형태로 제안하는 것 자체는 국회를 구성하는 국민의 뜻에 적절하지 않은 경우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18개 상임위원장 모두 맡는 것을 진지하게 검토한 바 없느냐”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김 원내수석부대표는 “제가 보기에는 그렇게 검토한 바는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김두관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상임위원장을 야당이 맡고 있다고 정책 실패 책임을 야당이 지는 것도 아니다. 국민이 선택한 177명 의원의 역량과 의지를 믿고 꿋꿋하게 앞으로만 가면 된다”고 썼다. 정청래 의원도 이날 라디오에서 “11 대 7이라도 정부 여당이 무한책임을 지는 거고, 또 18개를 다 가져가도 무한책임을 진다. 어차피 레토릭에 불과하다”며 “(당내에서 18개 다 가져오는 것에) 상당한 지지가 있다”고 말했다.

강경론의 배경은 추경의 시급성이다. 이날도 당 정책라인에선 “1~2차 추경보다 3차 추경 처리 속도가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윤관석 정책위 수석부의장), “임시국회 회기 중 처리가 무산되면 경제회복 불씨도 자칫 꺼져버릴 위험이 있다”(조정식 정책위의장) 등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예결위원장을 원포인트로 선출해 3차 추경의 급한 불을 끄자는 안도 당내에서 거론됐지만 “원 구성을 마무리해 이번 임시국회에서 추경안을 처리하는 게 목표”(김영진)라는 목소리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민주당 원내대표단은 이날 박병석 국회의장을 찾아가 6월 임시국회 내에 추경 처리를 위해 필요한 절차를 밟아달라 요청했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난 20일 충북 속리산 법주사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난 20일 충북 속리산 법주사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 밖의 범여권 인사들도 “양당 기 싸움에 최대 피해자는 국민이다”(심상정 정의당 대표), “민주당은 때려야 한다. 180석이나 만들어줬는데 막 끌려다니느냐”(박지원 단국대 석좌교수) 며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다.

회동 전까지 통합당은 "18석을 모두 가져가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주말까지는 복귀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면서도 “민주당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핵심인사는 "김 원내대표가 추경 처리의 시급성을 들어 주 원내대표를 설득할 것"이라며 "반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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