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여당만 참여한 법사위, 대법원에 "한명숙 2심, 공판중심주의 후퇴"

중앙일보

입력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이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이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23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법원행정처ㆍ대법원 양형위원회, 법제처가 업무보고를 했다. 각 기관에서는 조재연 법원행정처장과 김영란 양형위원원장, 김형연 법제처장 등이 나왔다. 이날 법사위에는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참석하지 않은 채 여당 의원들만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18일 열린 법무부 업무보고 때처럼 이날도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 집중했다. 주로 사법부의 책임이 부족했다며 법원을 비판했다.

與, “한명숙 2심, 공판중심주의 후퇴”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미래통합당 의원들의 불참에 좌석이 비어있는 가운데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뉴스1]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미래통합당 의원들의 불참에 좌석이 비어있는 가운데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뉴스1]

박범계 의원은 “‘수사 기록을 던져버리라’는 말을 누가 했는지 아느냐”며 포문을 열었다. 해당 발언은 2006년 이용훈 전 대법원장이 '공판중심주의'를 강조하기 위해 한 말이다. 기록이 아닌 실제 법정에서의 심리를 중요시하란 의미다.

박 의원은 “한 전 총리 재판은 1심에서 23번의 공판을 했는데 2심에서는 불러달라는 증인도 부르지 않고 5번 재판으로 끝나버렸다”며 “2심 판단은 공판중심주의 후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처장은 “개별적 사건에 대해 답변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같은 당 송기헌 의원도 한 전 총리 사건으로 법원을 비판했다. 송 의원은 “그 사건을 보면 판사들이 인권에 관한 감수성이 굉장히 미약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 전 총리 재판의 주요 증인이 검찰에서 수십번 조사를 받았는데 조서 작성은 몇 차례 되지 않았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대법원 판결에도 정상적인 조사가 되지 않은 사정은 인정하지만, 그에 대한 제대로 된 질책은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판 중에 검사가 그 사건에 대해 계속 수사하는 것은 고쳐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처장은 “기본적으로 송 의원님 (말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당선 축하” 덕담에 “송구합니다, 답변만”…장내 웃음

최기상 의원이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유튜브 청년나그네TV 캡쳐]

최기상 의원이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유튜브 청년나그네TV 캡쳐]

법원을 떠나 법사위로 들어온 최기상 의원도 조 처장에게 질의했다. 최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판사 출신 의원 가운데 유일하게 법사위에 소속됐다. 최 의원은 이를 의식한 듯 “제가 말씀드리는 부분은 얼마 전까지 법원에 재직하던 저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걸 먼저 말씀드린다”고 운을 뗐다. 최 의원은 “아침부터 밤, 새벽까지 검찰 등 수사기관과 법원 관련 언론 기사가 주목받는 지금은 선진 사회라고 보기 어렵다”며 “법원에 유일하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인 법관 임용과 재임용 제도에 대해 획기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처장에게 “법관들이 (소수자와 약자 보호라는) 책임을 전부 다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라고 물었다.

조 처장은 즉답을 하지 않고 최 의원에게 덕담을 먼저 건넸다. 조 처장은 “존경하는 최 의원님께서 의정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답을 듣던 최 의원이 “송구합니다, 답변만 좀 부탁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해 회의장 내에는 잠깐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