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턴기업 보조금 '그림의 떡'…71곳 중 11곳만 받았다,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내 유턴기업 중 고용보조금을 받은 기업이 15.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조업률이 10%대까지 떨어졌던 대구시 서구 서대구산업단지 전경. 연합뉴스

국내 유턴기업 중 고용보조금을 받은 기업이 15.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조업률이 10%대까지 떨어졌던 대구시 서구 서대구산업단지 전경. 연합뉴스

해외로 진출했다가 국내에 돌아온 유턴기업 71곳 가운데 정부로부터 고용 지원금을 받은 기업은 11곳에 그쳤다. ‘해외진출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유턴기업지원법)’에 따라 정부는 국내 복귀 기업에 고용보조금을 지원하도록 돼 있지만 지급 기준 등 관련 규칙이 미비해서다.

 22일 강기윤 미래통합당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유턴기업지원법이 처음 시행된 2013년 12월 이후 지금까지 전체 유턴 기업(71개사) 가운데 고용보조금을 받은 곳은 15.5%(11개사)에 불과했다. 이들 기업에 6년5개월 동안 지급된 고용보조금은 총 31억1000만원이다.

 유턴기업지원법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국내 복귀 기업의 원활한 인력 확보와 국내 고용 창출 효과의 확대를 위해 고용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고용보조금 액수나 지원 기준 등을 구체적인 내용을 정하는 행정규칙이 없어 산업부 소관인 유턴기업법이 아닌 고용노동부 소관의 ‘고용창출장려금’ 지급 기준에 따라 지원하고 있었다는 게 강 의원의 설명이다. 고용창출장려금은 신규 채용이 있는 기업에만 지원된다. 대부분 유턴기업처럼 기존 직원을 전환 배치하는 경우엔 지급 대상이 아니다. 신규 채용이 먼저 이뤄진 뒤에야 보조금이 나온다.

유턴기업 추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유턴기업 추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국내 복귀를 하느라 토지ㆍ설비 등의 다른 투자 부담이 큰 상황에서 지원금만 보고 추가 채용을 하기 어려운 게 유턴기업의 현실이다. 강기윤 의원은 “유턴기업지원법령상의 지원 내용에 대해 산업부의 세부 행정규칙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정부의 유턴기업 지원 정책이 생색내기용이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이어 “초기 투자 비용 등 여러 리스크를 가지고 국내에 복귀하는 유턴기업 가운데 상대적으로 영세한 기업은 국내 경영이 연착륙할 때까지 신규 채용을 하지 않아도 한시적으로 고용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정부는 국무회의를 통해 고용보조금의 세부 지원 내용과 기준을 정할 수 있도록 시행령을 개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기업 리쇼어링(기업의 본국 회귀)의 중요성은 인정하지만, 인건비까지 지원해주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앞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7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부가 기업의 인건비를 지원하는 건 쉽지 않아서 요구를 제대로 들어주지 못하고 있다”며 “인건비 지원 이외에 기업 유턴을 활성화할 수 있는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