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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 2학기 등록금 감면···국내 첫 코로나發 등록금 환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건국대가 1학기 등록금 일부를 일부 환불해주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학습권이 침해됐다는 학생들의 문제 제기가 일정 부분 받아들여졌다. 코로나19로 인해 등록금 환불을 결정한 건 건국대가 처음이다. 환불 액수를 놓고는 건국대와 총학생회가 막판 줄다리기에 들어갔다.

2학기 등록금 감면 방식  

15일 건국대 등에 따르면 건국대 측과 총학생회는 올해 4월부터 8차례에 걸친 등록금심의소위원회(등심위)를 열고 환불 여부를 논의해왔다. 등심위는 학교와 학생 측 대표가 위원으로 참석해 등록금과 관련해 논의하는 기구다.

지난 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언어교육원에 사회통합프로그램(KIIP) 개강 연기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언어교육원에 사회통합프로그램(KIIP) 개강 연기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건국대는 최근 등심위에서 1학기 재학생 중 2학기에 등록하는 학생에게는 등록금을 감면하는 방식으로 등록금을 환불하기로 학생 측과 합의했다. 건국대는 기존 등록금에서 일정 금액을 빼고 2학기 등록금 고지서를 발부할 계획이다.

액수 놓고 '줄다리기' 계속

등록금 감면 액수를 놓고는 총학생회와 학교가 입장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학교 측은 기존에 배정된 장학예산을 이용해 등록금을 환불해주겠다고 했지만, 총학생회가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총학생회 관계자는 “등록금 환불을 위한 추가 예산 확대 없이 환불을 해주겠다는 학교 측 요구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경일대, 대구가톨릭대, 대구대, 영남대, 대구한의대 등 경북지역 5개 대학 총학생회장단이 10일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코로나19로 인한 등록금 반환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경일대, 대구가톨릭대, 대구대, 영남대, 대구한의대 등 경북지역 5개 대학 총학생회장단이 10일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코로나19로 인한 등록금 반환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건국대는 18일 열릴 9차 등심위에서 환불성 고지감면액수를 어느 정도로 할지를 논의한다. 전공별로 등록금이 다른 만큼 등록금을 비율로 따져 감면할지도 논의 대상이다. 다만 학교 측이 재정적인 한계를 호소하고 있어 이번 주 중에 결론이 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성적장학금 폐지될 듯 

학교 측은 1학기에 학교를 다닌 모든 학생에게 2학기 등록금을 일정 부분 감액하기 위해서는 일시적인 성적장학금 폐지 등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건국대 관계자는 “비대면 수업으로 인한 학생들의 불만은 이해한다”면서도 “사이버 강의를 위한 서버 구축과 방역에 쓰인 예산 등을 고려하면 1학기에 사용한 비용 자체가 줄어든 건 없다”고 말했다.

앞서 대구의 몇몇 대학에서 교비를 투입해 재학생 전원에게 10만~20만원을 현금으로 지급한 사례는 있으나, 학습권 침해를 보상하는 차원에서 등록금 감액을 결정한 건 건국대가 처음이다. 학생들은 비대면 수업으로 수업의 질이 떨어졌고, 학교 시설 이용이 학기 내내 제한됐기 때문에 등록금을 환불하는 방식으로 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지난달 19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등록금 환불을 위한 온라인 행동 교육부총공 선포 기자회견에서 코로나대학생119·청년민중당 관계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9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등록금 환불을 위한 온라인 행동 교육부총공 선포 기자회견에서 코로나대학생119·청년민중당 관계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다른 대학서도 요구 거세 

학생들의 등록금 환불 요구는 전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전국총학생회협의회, 코로나대학생119 등 대학생 단체는 전국 곳곳에서 기자회견을 열며 학습권 침해에 대한 보상책을 요구해왔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를 주축으로 한 ‘등록금반환운동본부’는 각 대학과 교육부를 상대로 등록금 반환 소송을 하기 위해 참여자를 모집 중이다.

건국대가 국내 대학 최초로 등록금 환불을 결정함에 따라 다른 대학에서도 등록금 환불‧감면 요구가 거세질 전망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건국대의 등록금 환불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결론이 날지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환불이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다”고 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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