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삐라' 고발했음에도, 北 "흉심 안버렸다…선전포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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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북한운동연합’ 8명 회원과 ‘대북풍선단-서정갑’ 회원 3명 등 11명은 지난달 31일 오전 1시쯤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 성동리에서 ’새 전략핵무기 쏘겠다는 김정은“라는 제목의 대북전단 50만장을 살포했다. 사진 자유북한운동연합

‘자유북한운동연합’ 8명 회원과 ‘대북풍선단-서정갑’ 회원 3명 등 11명은 지난달 31일 오전 1시쯤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 성동리에서 ’새 전략핵무기 쏘겠다는 김정은“라는 제목의 대북전단 50만장을 살포했다. 사진 자유북한운동연합

한국의 탈북민단체가 접경지역에서 북한을 향해 날려 보내는 '대북전단'(삐라) 살포 행위에 대해 북한이 연일 강도 높게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고 있다. 북한은 '선전포고'라는 문구까지 쓰면서 한국 정부에 삐라 근절을 촉구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1일 논설을 통해 "지금 적들이 표면상으로는 마치 아차하여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진 듯이 철면피하게 놀아대고 있지만 실지에 있어서는 하루 한시도 우리 공화국을 무너뜨리려는 흉심을 버리지 않고 있다"며 "이번 사태는 분명 북남관계를 깨뜨리려고 작심하고 덤벼드는 우리에 대한 도전이고 선전포고나 같다고 썼다.

통일부는 전날인 10일 삐라 살포단체 두 곳에 대해 남북교류협력법상 반출승인 위반을 이유로 법인 설립 인가를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가 이같은조처를 했음에도 북한은 '흉심'이 있다며 불만을 숨기지 않은 셈이다.

신문은 이어 "후에 판이 어떻게 되든지 간에, 북남(남북)관계가 총파산된다 해도 남조선 당국자들에게 응당한 보복을 가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인민의 철의 의지"라고 했다.

또 신문은 '악의 소굴을 쓸어버릴 거세찬 분노의 파도'라는 제목의 정세론해설을 통해서도 "도발과 모략의 소굴을 들어내지 않는 한 최고존엄(김정은)을 노리는 제2, 제3의 특대형 범죄가 또다시 시도되지 않으리라는 담보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남조선 당국은 반공화국 삐라 살포를 감싸지 말아야 하며, 파국적 사태의 대가를 처절하게 치르게 될 것"이라며 "최고존엄과 사회주의 제도를 어찌해 보려고 하는 자는 누구든, 어디에 숨든 모조리 적발해 무자비한 징벌을 안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한국 정부에 삐라 살포 행위를 단속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신문은 한국 정부 당국자들에 대해 '비열하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신문은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 평양공동선언 등을 언급하고 "민족 분열의 장벽을 허물고 자주통일의 새 국면을 열기 위해 우리 당과 정부가 애국애족의 선의를 베풀었다"며 "선의에 적의로 대답해 나서는 남조선 당국자들야말로 인간의 초보적 양심과 의리마저 상실한 비열한"이라고 썼다.

앞서 지난 4일 북한은 김여정 노동장 제1부부장 명의를 담화를 통해 삐라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지난 9일에는 청와대·공동연락사무소 등 남북간 통신연락 채널을 차단하겠다고 선언하며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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