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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위' 1주년...기념집회 참가자들, 길거리서 무더기 체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9일(현지시간) 홍콩 센트럴 지역에서 홍콩 시위 1주년 기념 집회가 열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홍콩 센트럴 지역에서 홍콩 시위 1주년 기념 집회가 열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홍콩 시위’ 1주년을 맞아 기념 집회를 연 홍콩 시민들이 무더기로 체포됐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9일(현지시간) 오후 홍콩 시위 1주년 집회 참가자 53명을 ‘불법 집회’를 연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해산 요구에 응하지 않는 시위대를 향해 “불가피한 최소한의 물리력만을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집회는 이날 정오 무렵부터 시작됐다. 도심의 일부 쇼핑센터에는 수백 명의 시위대가 모여 구호를 외치고 홍콩 시위를 상징하는 노래인 ‘글로리 투 홍콩’을 불렀다. 일부 시위대는 미국에서 일어난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빗대 ”우리는 숨을 쉴 수가 없다. 홍콩에 자유를“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기도 했다.

저녁이 되자 홍콩 시민 수천 명은 센트럴 지역 채터가든에 모였다. 이들은 지난해 홍콩 시위에서 연호한 ‘시대 혁명 광복 홍콩’ 등의 구호를 외쳤다. 가디언은 시위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수십 명의 경찰이 다가와 이들에 대해 몸수색을 하고 해산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시위대는 흩어졌다가 인근에서 다시 모여 행진을 시작했다. 참가자들은 스마트폰 화면을 횃불 삼아 높이 쳐들었고, 경찰의 최루탄 투척에 대비해 우산을 펼쳐 들기도 했다. 경찰은 허가되지 않은 집회에 참여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경고의 의미로 푸른색 깃발을 흔들었다.

가디언은 진압 작전이 오후 7시 30분쯤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전경이 시위대를 추격하기 시작했고, 따라잡힌 집회 참가자는 땅바닥에 눕혀져 체포됐다. 시위대는 다시 모여 경찰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쳤다.

2019년 6월 16일 홍콩에서 열린 송환법 반대 집회의 모습. AP=연합뉴스

2019년 6월 16일 홍콩에서 열린 송환법 반대 집회의 모습. AP=연합뉴스

집회에 참여한 한 40대 남성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오늘 감회가 새롭다. 홍콩인들의 정신은 아직 꺾이지 않았다“며 ”우리는 자유를 위해 싸우고, 우리들의 자유로운 도시 홍콩을 위해 싸운다. (홍콩 보안법으로) 그 자유가 통째로 빼앗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자신을 퇴진 교사라고 밝힌 한 집회 참가자는 ”보안법은 홍콩에서 자유가 사라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이에 반대한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은 ”행정부 및 입법부를 포함한 모두가 (홍콩 보안법 제정으로) 교훈을 얻었으면 한다“며 ”홍콩은 더 이상의 혼란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전날 중국 국무원 홍콩ㆍ마카오 사무판공실의 장샤오밍(張曉明) 부주임은 ”홍콩인들은 이제 폭력의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이들은 이제 기차를 타고 자유롭게 쇼핑하러 다닐 수 있고, 폭행당할 우려 없이 거리에서 진실을 말하고 다닐 수 있다. 특히 이제는 젊은이들이 세뇌당할까 하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반면 친민주주의 인사인 조셉 젠 가톨릭 추기경은 ”(지난해) 홍콩 정부와 중국 정부는 우리의 표현의 자유를 짓밟으려 했지만 우리는 행진에 나섰다. 그들은 실패했다“며 ”100만명이 참가하고, 200만명이 참가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우리에게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앞선 2일 홍콩 정부는 천안문 사태 31주기ㆍ송환법 반대 1주년 등을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서라며 8인을 초과하는 모임을 불허한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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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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